[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올해도 어김없이 부산국제영화제가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무엇보다 연례행사이던 레드카펫 이벤트가 대폭 달라질 전망이다. 영화제 측은 아찔한 노출 경쟁이나 관심을 끌기 위한 '쇼'는 지양한다고 거듭 밝혔다.
레드카펫 행사는 주요 초청작 출연 배우나 감독이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뜻깊은 자리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 행사는 '이름 알리기'용으로 전향해 신인이나 무명 여배우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헐벗고 등장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넘어지는 모습으로 일명 '꽈당' 사진들을 쏟아지게 만들어 고의성에 대한 의심도 짙어졌다.
물론 효과는 있었다. 지난 2011년 레드카펫 행사를 통해 파격적인 가슴골을 드러낸 오인혜가 가장 대표적 인물이었다. 당시 그의 인지도는 아주 낮은 수준이었지만, 보기만 해도 아찔한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그의 모습은 영화제 기간 내내 이슈가 됐고, 확실한 눈도장을 찍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배우 강한나가 엉덩이 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난 드레스를 선택해 거침없는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검은 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모습으로 등장했지만, 뒤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등에서부터 엉덩이 바로 윗부분까지 이어지는 시스루가 속살을 그대로 비췄고, 이른바 '엉덩이골 노출'로 화제가 됐다.
한수아 역시 가슴이 깊게 파인 골드 톤의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아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움직일 때마다 그의 볼륨감 넘치는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뿐 아니라 드레스가 하이힐에 걸려 위험천만한 노출사고로 이어질 뻔 하기도 했다.
도가 지나친 노출 경쟁과 노이즈 마케팅을 노리는 일부 배우들로 인해 부산영화제 측의 고민도 깊어졌다. 지난 9월초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일부 연예인들의 과도한 노출 패션으로 인해 레드카펫에서 대우 받고 주목 받아야 할 사람들(영화인, 게스트들)이 피해를 보면 안 된다"며 "올해는 철저히 초청작 중심으로, 초청작과 관련된 영화인들만 초청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서 진행됐던 스타로드 블루카펫 행사(포토월 행사)도 올해는 볼 수 없다. 영화제 본연의 목적과 의미에 충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일부 관객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더욱 깨끗한 영화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칭찬할 만하다.
한편,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 전당을 비롯한 부산 지역 7개 극장 등에서 펼쳐진다. 올해는 총 75개국 304개의 작품이 초청됐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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