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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메이커' 75세 김동호 위원장, 메가폰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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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분 단편영화 '주리' 감독으로 안성기, 강수연 향해 '레디고'

'부산영화제 메이커' 75세 김동호 위원장, 메가폰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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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영화는 무엇일까? 영화는 마음일까, 메시지일까? 여기 영화제 심사를 위해 다섯 명의 심사위원이 모였다. 영화계의 내로라하는 배우, 감독, 비평가 등이 만났으니 진지하고 심도 깊은 토론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산이다. 일단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부터가 다르다. 의견 조율이 될 리 만무하다. 급기야는 비수를 꽂는 말들이 오가고, 테이블이 엎어지는 한바탕의 소동이 일어난다. 24분짜리 이 단편 영화가 끝나면 한바탕 꿈에서 깨어난 듯하다.

단편영화 '주리(Jury)'의 이야기다. 제목에 충실한 이 영화는 심사위원들의 모습을 통해 영화제의 속살을 '사랑스럽게' 까발린다. 레드카펫, 화려한 드레스,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스타 배우와 감독만이 영화제의 전부라 생각했던 이들에게 심사위원들의 이야기는 신선하고, 궁금증을 자아낸다. 감독은 바로 김동호 부산영화제명 예집행위원장이다. "해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37번, 이 중 심사위원장을 맡은 것만 17번"의 경험이 절로 묻어나는 75세 신인감독의 데뷔작답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심사위원들을 소재로 다뤘지만 다음에는 자원봉사자, 관객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도 찍어서 '영화제 3부작' 시리즈로 가볼 생각이다. 다음 작품들도 일관성있게 무겁고 진중하기 보다는 가볍고 코믹한 분위기를 살릴 계획"이라고 신임감독은 수줍게 포부를 밝힌다. "영화를 만든다니까 여러 사람들이 조언을 했다. 제목도 이창동 감독은 '영화는 꿈이다'를, 장률 감독은 '디시전(decision)'을 추천했는데 고민 끝에 '주리'로 정했다. 배우들에게는 최대한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하도록 주문했다"

'부산영화제 메이커' 75세 김동호 위원장, 메가폰 잡다


문화체육관광부(당시 문화공보부·문화체육부)에서 오랜 공직생활을 마치고, 영화진흥공사 사장을 시작으로 영화계와 인연을 맺은 김동호 위원장은 1996년 부산국제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장본인이다. 당시 김 위원장이 갓 태어난 영화제를 알리기 위해 일일이 세계적인 감독들에게 '폭탄주 외교'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한국영화가 2000년대 들어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김 위원장의 공이 크다.


이런 김 위원장이 영화를 만든다니 선후배 영화인들이 앞다투어 나섰다. 영화 속 심사위원장은 안성기가, 심사위원 역에는 강수연, 정인기, 평론가 토니 레인즈, 일본 영화감독 토미야마 카츠에가 맡았다. '만추'의 김태용 감독은 조감독을 자처했고, 방준석 음악감독이 음악을 맡았다. 거장 임권택 감독은 카메오로 나섰다. "이준익, 이창동, 배창호 등 여러 감독들의 촬영현장을 워낙 많이 다녀서 촬영하는데 어색한 것은 없었다. 근데 막상 처음에 '레디', '컷' 이런 것을 외치려니까 힘들더라. 첫날 오후가 돼서야 입에 붙었다."(웃음)


이렇게 탄생한 '주리'는 이번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영화제에 관한 뒷이야기를 김 위원장만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인물도 없을 거다. 아니나다를까. 재밌는 에피소드가 펼쳐졌다.


"심사위원들 간의 갈등이 굉장히 많다. 자기네 나라 영화를 계속 밀어붙이는 사람도 있고,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의견을 굽히지 않는 캐릭터도 있다. 처음으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게 1997년 로테르담 영화제다. 출국하기 전 교보문고에 들러 영어책을 펼쳐서 '동의', '재청' 등의 단어를 적어 갔던 게 기억난다. 그 때 5명의 심사위원들이 압도적으로 선택한 작품이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었다. 근데 누가 심사평에 이의를 제기하는 바람에 다시 5시간에 걸쳐 심사를 했고, 그 때도 역시 이 작품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대부분이 보는 눈들이 비슷하다."


지금이야 한국영화가 승승장구하지만 19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실망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단다. 기술력도 부족하지만 질적인 부분도 아쉬웠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 점차 장르도 다양해지고, 내용이나 기술력도 우수해졌다. 그래도 우리 영화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데 뭔가 1% 함량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할리우드나 유럽, 중국 등의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파고들어가는 데 아직 벽이 많고, 전략도 부족하다. 현지 관객들의 감성에 맞거나 시장 분석을 제대로 한 영화들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영화제 메이커' 75세 김동호 위원장, 메가폰 잡다 영화 '주리' 촬영현장 모습.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다녔지만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대상을 차지했을 때의 감회도 잊지 못한다. 김기덕 감독 역시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꾸준히 자신을 지지해준 김 위원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영화의 인기 광풍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의 계열사 영화 몰아주기 등으로 다양성이 실종된 현 영화판을 마냥 기쁘게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기덕의 '피에타' 역시 지난해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지역별로 예술영화 전문관을 확보하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대기업도 한 발 양보해 영화관의 일정 비율을 독립영화 전용관으로 일관되게 운영을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부 기업이 투자, 제작, 배급 등을 통합해서 운영하는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는 없고, 운영의 묘가 필요한 문제다. 프랑스에서도 예술영화 전용 네트워크가 구성돼 있어 이창동,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인기리에 상영됐다."


다시 그의 영화로 돌아가, 영화는 무엇일까 물어보았다. "영화는 꿈이다. '우리가 보는 것 혹은 보이는 것, 이 모든 것은 단지 꿈 속의 꿈일뿐'이란 애드가 엘런 포의 말과 장자가 꿈에서 나비가 됐다는 장자지몽 이야기를 좋아한다. 영화도 보고나면 어느 게 꿈이고 현실인지 모를 때가 있지 않나.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꿈꿀 수 있다면 좋겠다."




조민서 기자 summer@
사진=최우창 smic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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