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 들어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부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 자리를 메워 각국 국가 원수 영접,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 등에 잇따라 나서는 등 삼성그룹의 대표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1일 오후 5시께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베트남 최고지도자 응웬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쫑 서기장으로부터 호치민 인근 가전공장 설립을 위한 승인서를 전달받고 삼성그룹의 베트남 투자 및 협력 관계 증대 등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했다.
이 부회장의 국가 원수 영접은 지난 7월초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이어 3개월여만이다. 시 주석 방한 당시에도 이 부회장은 한중비즈니스포럼이 열리는 신라호텔에서 시 주석 일행을 직접 영접하며 삼성의 혁신 제품과 중국 내 주요 사업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8월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회장이 애정을 쏟아 온 글로벌 스포츠 외교 바통을 이어받아 중국 난징에서 IOC와 오는 2020년까지 올림픽 후원을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최근 이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놓고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을 이끌 후계자로서 전면에 나서며 경영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글로벌 IT 업계 CEO들과도 잇따라 회동하며 갈등을 풀거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등 그룹의 주요 현안 해결에 나서고 있다.
9월말에는 취임 후 첫 출장지로 한국을 찾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를 서초사옥에서 만나 MS가 제기한 안드로이드 특허권 침해 소송 등을 포함해 협력 방안에 대해 면담했다. 6월말에는 미국을 전격 방문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특허 담판을 짓고 미국을 제외한 9개국에서 진행중인 모든 소송을 취하하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미국 스포츠용품업체인 언더아머의 케빈 프랭크 CEO와 만나 최근 삼성이 힘을 쏟는 웨어러블 사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기업들과도 전방위적인 협력 확대에 나서는 상황이다.
사업 현황도 직접 챙기고 있다. 이 부회장은 중국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실적이 둔화되자 8월 광둥성 후이저우와 둥관에 있는 휴대폰 생산 공장을 찾아 생산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시 주석에 이어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 중 선두주자로 꼽히는 후춘화 서기를 포함한 중국 정부 관계자들과 투자, 협력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에도 미국 현지에서 아이폰6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갤럭시노트4 출시가 임박하자 현지로 향해 거래선 및 IT 업계 지인들을 만나 향후 사업 계획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그 동안 삼성의 후계자로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경영에 참여해 왔다면 최근에는 부쩍 대외 행보를 늘리며 경영 활동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며 "이건희 회장의 빈 자리를 메워 그룹의 현안을 챙기고 있는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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