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사회·과학 도입으로 우려 커지자, 교사 8000명 "획일적 교육" 반대 선언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2018년부터 문·이과 구분 없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목 도입이 확정되면서 교육당국이 이들 교과서를 비롯해 한국사 과목까지 국정화하려는 포석을 깔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여론 떠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사는 상황에서 교육계는 반발의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높이고 있다.
교육부가 25일 주최한 '고교 한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편 토론회'도 패널 선정 등이 고르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국정화 군불 때기'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이날 교육 수요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학부모 대표'로 선정된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상임대표는 지난해 교학사 교과서 논란이 커지자 모든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다시 살펴보기 위해 구성된 '교과서 수정심의위원회'에 참여한 바 있다.
조 대표는 토론회에서 "역사학에서는 다양한 역사적 해석이 학문적 성과로 인정될 수 있으나 한국사 교육은 하나의 가치와 형상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객관화된 하나의 정사로 쓰인 국정교과서로의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사 국정화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는 의혹을 샀던 통합사회·과학 발행체제에 대한 방안이 토론 발제문에서 갑자기 빠진 것도 여론의 비난 분위기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토론회장 안에서 논란이 뜨거워지는 동안, 밖에서는 한국사 국정화를 반대하는 '8000명 교사 선언'이 진행됐다. 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한 교사 8082명은 이날 토론회가 열렸던 서울교대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고 사회적교육과정위원회 설치를 촉구하는 교사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정화는 학문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특정 세력의 입맛에 맞는 획일적 교육을 강요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 북한, 베트남만이 국정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역사연구회 등 역사학계에서도 '국정화 추진'을 저지하는 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일식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권력의 입맛에 맞는 역사해석을 일방적으로 주입할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시도는 오래 성공한 적이 없다"며 "제대로 된 역사학자라면 국정 제작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24일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교육부의 한 관계자가 "통합사회·과학은 2017년 국정교과서, 2018년부터 검·인정교과서를 연차적으로 적용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곧바로 교육계 반발이 잇따르자 교육부는 같은 날 오후 "통합사회·과학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말을 바꿔, 현장의 비난이 더욱 거세졌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는 "2009 교육과정으로 새로 도입된 고1 융합과학, 동아시아사 등은 모두 검인정에서 출발했다"며 "통합사회·과학의 국정화 추진은 한국사 국정화를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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