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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리에 참판어른 한 분 계십니다
하얀 수염에 의관을 정제하시고
하루 종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독경하시다가도
방문객이 오면 버선발로 나와 맞아주시는가 하면
손자뻘 아이들은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십니다
참판어른은 불의한 세상사에 불호령을 내리시다가도
자연을 통해 순리를, 겸손을 배우라 하십니다
수백 번 뵈었어도 늘 한결같은 모습에
내 마음의 진정한 참판으로 남아계십니다
도시락가방을 챙겨 퇴근하시는 참판어른
산 그림자를 밟고 뛰어노는 아이들과 사진 한 장 찍으시고
구월의 태양 속으로 퇴근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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