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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워런 버핏' 자처한 투자자문사 대표 실형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7초

적대적 M&A 위장해 조가조작" 징역3년6월 선고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한국의 '워런버핏'이 되겠다며 적대적 인수합병(M&A)를 내세워 주가를 조작한 스틸투자자문사의 전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판사 김종호)는 24일 소액주주운동과 적대적 M&A를 빙자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기소된 스틸투자자문사의 전 대표 권모(33)씨에게 징역3년6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에이블투자자문으로 사명을 변경한 스틸투자자문에 대해서는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권씨는 투자자문사 운용역 출신으로 지난해 '스틸투자자문'을 설립했다. 권씨는 투자자문사 설립 초기부터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는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며 관심을 불러 모았다. 소액주주운동과 적대적 M&A를 하려는 지분공시와 보도자료 등을 배포해 교육용 가구업체로 코스닥에 등록된 '팀스'의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권씨는 스틸투자자문이 팀스를 인수하려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하지만 권씨는 팀스를 인수할 생각이 없었다. 이는 주가를 조작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는 허위로 "주식의 공동보유자들의 위임이 철회됐다"는 지분공시를 해 주가를 하락시켜 저가에 주식을 샀다. 이후 적대적 M&A를 할 것처럼 위장해 주식 보유자들의 기대감을 키워 주가를 올렸다. 이 때 자신은 주식을 처분해 이익을 냈다. 권씨는 33개의 계좌를 이용해 이런 방법을 반복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권씨는 이 행위가 개미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재판부에는 권씨가 공모자에게 "개미들은 저를 절대 못이겨요. 10번 붙고 100번 붙으면 다 져요.(그 사람들이) 왜 주식을 사는지 알아요? 개미투자자들의 허영심을 노리는 거예요. 우리는 끝까지 언론플레이를 하고, 그 다음에 털고 나가야 된다고요"라고 말하는 녹취증거도 제출됐다.


이외에도 권씨는 수십개의 계좌를 동원해 컴퓨터 및 주변장치 도매업체로 역시 코스닥에 등록된 피씨디렉트의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보이게 해 조가조작을 한 혐의도 받았다.


앞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권씨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주가조작사범에게 이례적으로 무거운 구형이었다. 재판부는 권씨에 대해 "불특정 다수의 일반투자자에 대해 광범위한 손해를 야기했고 자본시장의 발전을 저해해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권씨가 범행을 인정하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일부 시세조종행위로 인한 부당이득액은 미실현이익이며 이 주식을 계속 보유하다 결과적으로 손실을 입게됐다"며 이를 참작해 양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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