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시쳇말로 '만찢남'이란 단어가 있다. 만화책을 찢고 나온듯한 남자라는 뜻인데, 배우 안재현을 만났을 때 이 말이 떠오른 건 비단 기자 뿐만이 아니었을 터다. 눈처럼 하얀 피부에 긴 팔다리, 가느다란 눈매며 턱선이 학창시절 순정만화에서 보던 주인공의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늘 그렇듯, 외모에서 오는 감동은 길지 않다. 사실 안재현의 매력이 더욱 빛을 발한 건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소박하고 솔직한 성격이었다. 현실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함께 느낄 수 있는 묘한 동지 의식 같은 것.
안재현은 '별에서 온 그대' '너희들은 포위됐다' 등으로 안방극장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고, 오는 11월 '패션왕'으로 극장가 점령에 나선다. 벌써부터 기대의 목소리가 높다.
그는 자신의 배우 생활에 대해 "운이 상당히 좋았던 거 같다"고 털어놨다. 또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에 대해 칭찬하며 인복도 있는 것 같단다. '별에서 온 그대' 윤재 역의 오디션 제안을 받았을 때, 안재현은 단숨에 거절했다. "연기 한 번 해볼래?" "아니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해서 못합니다" 당시 상황을 그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준비된 리딩지가 있어 한 번 읽어보라는 권유에 읽긴 했지만, "보셨죠? 못하죠?"라고 말했다고. 하지만 감독은 의외로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결국 안재현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그 역시 감독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즐겁게 믿고 갈 수 있겠단 확신이 들었단다.
그렇게 시작된 연기였지만 반응이 좋았고, 할수록 욕심도 났다. '너희들은 포위됐다' 종방연 때는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는데 찡한 마음이 밀려왔단다.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다같이 고생하면서도 연기에 열정을 불태우고,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이래서 연기를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만찢남' 안재현은 정작 자신의 학창시절에 대해 '놀지도 않고 공부도 안하는 학생'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둘 중하나는 해야 할텐데 둘 다 아니었다. 친구들은 두루두루 많았지만 특정 집단이 아니라 다양한 부류의 친구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대학 진학에 대한 생각도 없었고, 그저 빨리 사회생활을 하고 싶던 때였다.
솔직하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그를 보고 있노라니, 차가운 이미지는 말 그대로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됐다. 안재현은 "나의 강한 이미지를 잘 알아서 일부러 망가지려고 한다"며 "처음엔 재수없어 보여도 알고 보면 착한 애가 나은 거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 그의 성격은 털털하고 둥글둥글하다. 살짝 찢어진 눈매가 까칠해 보이기도 하지만 모난 성격은 아니다. 그는 우정과 인연을 중시하는 따뜻한 성격의 소유자다. 자신을 향한 조언과 충고들도 마음을 열어놓고 듣는 편이다.
안재현은 '패션왕' 현장이 너무 좋았다고 회상하며 "급하게 준비하고 연기해야하는 드라마보다 영화는 여유롭게 다잡아 갈 수 있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함께 연기한 주원과 설리, 박세영 등의 출연진들도 모두 호흡이 좋은 즐거운 촬영이었단다.
"그러고보니 주원과도 좀 닮은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안재현은 손사래를 치며 "어후, 정말 감사하다. 현장에서 주원씨를 처음 보고 너무 잘생겨서 깜짝 놀랐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배우로서 승승장구하더라도, 지금의 겸손하고 순수한 모습을 오랫동안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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