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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스타, '초단편' 소설로 세상을 비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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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애인도 친구도 직업도 없이 사는 잉여인간" 장주원씨, 신간 'ㅋㅋㅋ' 출간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맛깔나는 글솜씨를 뽐내다 출판계의 눈에 띄어 작가로 데뷔하는 사람들이 있다. 트위터가 140자의 '촌철'로 보다 빠르고 가볍게 대중을 장악할 수 있는 통로라면, 글자 수에 제한이 없는 페이스북은 보다 고전적인 의미의 '작가'들이 탄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신간 'ㅋㅋㅋ'를 펴낸 작가 장주원(사진)씨도 일찌감치 '페북 스타' 대열에 올라 있던 인물이다. 포복절도할 위트와 풍자에 탁월한 문재(文才)가 더해진 글들로 단단한 고정 팬층을 확보한 가운데, 지난 4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부·정치권의 무능을 꼬집은 '세월호 관련 용어 정리'라는, 네티즌이라면 한 번쯤 들러봤을 '성지순례' 글로 페이스북 스타를 넘어 기발한 신인 작가의 탄생을 예고했다. '선동: 국민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못된 행위' '브라질 월드컵: 브라질 정부보다 대한민국 정부가 더 간절히 기다리는 월드컵' 등 세월호와 관련된 현상들을 단 한 줄의 신랄한 풍자로 정리한 것이다. 여기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해 비판받았던 야당 대표는 거두절미하고 'V3 만든 사람'으로 정의된다.

페북 스타, '초단편' 소설로 세상을 비웃다 초단편소설집 'ㅋㅋㅋ' 펴낸 장주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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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국 사회가 흘러가는 양상에 누구보다 기민하지만 그는 본인을 '뉴욕에서 애인도 친구도 직업도 없이 사는 잉여인간'이라고 소개한다. 그의 자기 비하는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중요한 요소다. 사회 전 방위를 가리지 않는 그의 '어퍼컷'에서 자신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은 '루저'임을 자처하는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유쾌한 공감과 묘한 위로를 준다.


그가 최근 펴낸 'ㅋㅋㅋ'는 그간 페이스북에 틈틈이 올렸던 원고지 7매 안팎의 '초단편' 소설을 묶은 것이다. 페이스북 스타들이 본인의 일상을 중심으로 한 에세이 형태의 책을 발표해온 것에 비춰 소설집은 이례적이다. '픽션'이라는 점을 빼면 그가 페이스북에서 드러내온 냉소와 위트가 그대로 옮겨져 있다.

'배트맨, 혹은 어느 강남 좌파의 초상'이라는 작품은, 표면적으로 좌파 이념을 지지하지만 우리 사회의 온갖 기득권을 빠짐없이 누려왔으며 '각종 신문 칼럼을 통해 추상같이 비판하는 보수당에 (남몰래) 꾸준히 투표해온' 명문 사립대 교수의 이야기다. 그에게 '좌파 놀이'는 가장 큰 유희이며 우파적 삶과 좌파적 관념은 완벽하게 분리돼 조금도 충돌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인생을 특정 이념에 종속시키지 않으며 대신 이념을 내 삶에 복무시킨다'는 주인공은 악당이 나오면 검은 박쥐 옷을 입고 출동해 약한 이들을 도운 후 배트카를 타고 집사가 기다리는 커다란 저택으로 돌아오는 배트맨과 같다.


얼핏 계급이나 정치적 진영이 타깃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가 겨냥하는 대상은 인간의 보편적인 위선과 허영, 이기주의와 속물성이다. 이번 책의 작가 인세 전액을 불우이웃에 기부하면서도 "단지 멋지게 보이고 싶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 또한 모든 종류의 허위의식을 경멸하는 '장주원 식' 애교(!)로 비친다.


창작에 대한 태도 역시 조금도 포장되지 않는다. 그는 "망상이 취미라 화장실에서처럼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글로 발사(?)하는 게 재미있다"고 말한다. 무언가에 대한 지나친 의미 부여나 드높임을 그는 본능적으로 기피하는 듯하다. 신간에 대한 전망을 묻자 "찻잔 속의 태풍, 바로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한다"는 답이 돌아오고, 수만명의 페친과 팔로어로 인한 '유명세'가 곤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들이 실존하는지 가끔 궁금해진다"고 반문하는 데서 또 한 번 폭소가 터진다.


다만 그는 실제의 자신과 온라인 페르소나(persona·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다른 장르에 투영된 '외적 인격')가 분리된 느낌이 좋다고 했다. 페이스북에서의 자아가 독립돼 있다는 거창한 의미는 아니다. 거짓말에 머리를 써야 할 정도로 귀찮은 일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분리'는 예컨대 "온라인상에서는 그토록 수많은 사람과 교류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몇달째 혼자 놀고 있는 정도"의 이질감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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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산다고 하면 흔히 맨해튼을 떠올리지만, 장 작가가 사는 곳은 뒷마당에 여우와 족제비가 드나들고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시골이다. 정신과 육체가 성장한 곳이니 늘 관심이 가고 그립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에 돌아가 살고 싶지는 않은 이유도 "너무 빠르고 열심인 삶은 내게 맞지 않기 때문"이란다.


이토록 게으름을 찬양하는 그에게도 장편소설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여행 다니면서 몇 달 쓰면 하나 나올 것 같다"니 그의 '긴 글'을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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