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남한에 정착한 북한 이탈주민 단체가 북한으로 날려보내는 대북 전단에 북한 당국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북 전단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북한이 날려보내면 원점과 지지세력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청와대에 전달살포 중단을 요구하는 전통문을 보내도록 한 대북 전단은 뭘까?
◆北, 전통문·담화 통해 대북 전단 살포 중단 요구=북한은 지난 13일 남북 고위급 접촉 북측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전단 살포를 한국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타격 위협까지 거론한 데 이어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 앞으로 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하는 전통문을 보냈다.
북한은 또 지난 14일 남북 고위급 접촉 대변인 담화를 통해 고위급 접촉 개최 이전에 대북 전단 살포를 포함한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고위급 접촉이 열릴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또 한국 정부가 제안한 개성공단 공동위 산하 통행·통신·통관(3통) 분과위 회의 역시 전단 살포가 중단돼야 재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한 3통문제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논의할 고위급 접촉을 대북전단과 연계할 만큼 대북 전단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자유북한운동연합,21일 전단 20만장 살포=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전단을 계속 날려보내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1일 경기도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 20만 장을 북한으로 날려 보낼 예정이다.
박상학 대표는 북한의 위협에도 2000만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전단을 계속 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상학 대표는 “전단 20만 장과 미화 1달러짜리 지폐 1000 장,소책자와 DVD등을 보낼 예정"이라면서 "수혜자인 북한 주민들이 보내지 말라면 안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북한이 인민의 생존권을 보장할 때까지는 계속 보낼 것"이라고말했다.
박 대표는 또 북한이 최근 한국 정부에 전통문을 보내 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통일부로부터 받은 연락은 없으며, 한국 정부 측과도 만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단 내용은 '탈북자 편지'가 주 내용=북한이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 대해 한국의 탈북자단체들은 북한 당국이 전단을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만든 전단(삐라)은 무게가 아주 가벼운 특수 비닐에 탈북자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쓴 편지를 인쇄한 것이다.
이 단체는 1만5000장~2만장씩 묶은 다발 3개를 한 개의 풍선에 담아서 날려보낸다. 전체 무게는 대략 11~12kg 정도다.
탈북단체들은 전단 풍선에는 탈북자들이 직접 작성한 체제 비난물 외에도 1달러짜리 지폐나 생필품 등을 담기도 한다.전단의 주요 내용은 북한이 망한 이유,한국의 경제력,김일성과 김정일 일가의 정체와 가계도 등이다.
박상학 대표는 "전단은 탈북자들이 직접 쓴 편지다 보니 주민들에게 더 믿음을 준다"고 설명했다.
◆정부,"민간단체 살포 막을 법적 근거 없다"=북한의 위협에도 민간단체가 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한국 정부는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고 앞으로도 이러한 입장을 견지해 나갈 것"이라면서 "대북 전단 살포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추진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다만 한국 국민의 신변안전을 위해 앞으로 북한의 위협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전달 살포에 대한 북한의 반발은 향후 있을 남북회담에서 주도권을 잡거나 남북관계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압박수단이라고 분석하고 있다.아울러 고위급 접촉이 성사되지 않고 남북관계가 악화될 경우 모든 책임을 한국 정부에 떠넘기기 위한 카드로 해석하고 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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