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을 제시하면 꿈을 쫓는 과정에서 실수 또는 실패도 용인될 것"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소설가 복거일 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거일씨는 1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 회의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용 부회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꿈을 보여준 적이 없는데 이제는 삼성그룹을 이끌 후계자로서 꿈(비전)을 찾아서 세상에 보여줘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삼성의 경영자로서 앞으로 실수할 일이 많을텐데 이병철 선대 회장,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을 이끌게 될 만큼 비교도 많이 당하고 사소한 실수에도 거센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이 부회장이 꿈을 보여준다면 꿈을 쫓는 과정에서 실수와 실패를 하더라도 용인받을 수 있고 넘어지더라도 덜 아프게 넘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실패를 예로 들었다. 잡스는 과거 PDA를 개발해 PC 이외의 시장으로 진출을 시도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비전을 제시했고 이 같은 실수가 경험이 돼 마침내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히트시키며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복씨는 "꿈을 쫓으면 권한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며 "이 부회장이 꿈을 찾으면 회사, 소비자, 국민 등이 권한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최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니 곧 자신만의 꿈을 찾아 보여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삼성이 스마트폰 사업을 중심으로 TV, 반도체 등 수많은 사업 부문에 걸쳐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성장한 가운데 관료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삼성에 대한 조언과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복씨는 이 같은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씨는 "조직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살아남는 것 즉 '생존'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며 "모든 조직의 문제는 관료주의와의 싸움인데 최근 급성장한 삼성도 이를 경계하고 극복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삼성의 사업 방향과 관련해서는 "삼성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배터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교통수송산업에 진출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자업계에서는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자동차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복씨는 이날 강연에서 최신 인공지능 트렌드와 관련해 강의했다. 과거에는 로봇이 사람의 근육을 대신했다면 이제는 판단까지 대신할 정도로 발달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업계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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