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회장 공판에 효성 임원 증인 출석 "조회장 측이 사실과 다르게 진술해 달라고 압박"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조석래(79) 효성 회장 일가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임원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 회장의 차명주식 보유에 대해 입을 열었다.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종호) 심리로 열린 조 회장에 대한 공판에서 효성 일가의 자금을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진 고동윤 상무(55)가 증인으로 출석해 "조 회장의 한국 카프로 차명주식에 양도소득세를 납부한 바 없고, 1996년 조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차명주식 처분 조치를 받고도 다른 차명으로 주식을 다시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심리는 고 상무 소유의 USB가 핵심이 됐다. 검찰 측은 USB에 담긴 조 회장의 비자금 내역 문건을 비롯, 2만여쪽의 증거자료를 고 상무에게 확인하는 형태로 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조 회장이 공정위 권고를 받고도 차명으로 한국 카프로 주식을 취득한 뒤 이를 신용웅 원림 회장 명의로 보유토록하고 회삿돈으로 이자를 지급했느냐"고 물었고 고 상무는 이를 인정했다.
고 상무는 자신이 재산을 관리한 내역과 차명주식의 증여대상 기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차명재산은 친인척과 퇴직자 위주로 보유됐다. 우선 증여대상은 퇴직자, 우호세력, 퇴직자 및 부인 등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카프로 주식을 비롯해 1737억원 상당의 차명재산을 관리했다. 2000년 중반부터 재산관리를 맡았다"면서 "월말마다 마감보고를 했고 가격과 수량, 매도·매수내용을 상세히 작성해 보고했다"고 했다.
고 상무는 조 회장의 페이퍼컴퍼니 대해서도 증언했다. 그는 "페이퍼컴퍼니의 자료가 효성 측에는 없고 저한테만 있는 걸 보면 실 소유주는 회장님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앞서 조 회장은 고 상무를 시켜 1996년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대해서 CTI, LF의 명의로 효성 싱가포르법인 자금 233억원을 빌린 뒤 이를 대손처리해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았다.
이외에도 고 상무는 재판과정에서 조 회장 측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회사와 회사 변호사가 사실과 다르게 진술해 달라고 하고, 조 회장에게도 그런 압박을 느껴 입장을 명확히 하기 위해 지난해 10월17일 조 회장의 변호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찾아갔었다"고 주장했다. 또 김앤장 측이 고 상무의 USB가 압수된 사실을 알고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고 상무는 유일한 재산관리인이 아니며 스스로 오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조 회장의 개인 재산 관리인이라면 그만 아는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조 회장의 재산을 아는 사람이 50여명정도가 효성 그룹에 더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고 상무는 단순한 주식관리 담당 임원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그 근거로 고 상무가 비자금의 용처를 전혀 몰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산관리인이라면 주식을 매매하고 난 뒤 남는 자금의 흐름을 알아야 하는데 이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의 반박에 고 상무는 일부 시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변호인 측은 고 상무의 신뢰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 측은 "차명주식 중 일부를 자신의 가족명의로 해놓은 사실이 있다"며 고 상무의 개인적인 상황 때문에 조 회장의 재판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일부 진술은 추측과 본인 생각에 의존된 것으로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조 회장과 이상운 효성 부회장 등은 툭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불기속 기소됐다. 조 회장과 이 부회장 등은 2003~2012년까지 임직원 300여명의 468개 계좌를 이용해 효성에 피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받았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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