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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주의는 죽었다" 현직판사 원세훈 판결 비판 글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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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좌익판사라 매도하지 말라. 다만 판사로서 법치주의 몰락에 관해 말하고자 할 뿐"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현직 부장판사가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1심 무죄 판결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전 7시께 법원 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45) 부장판사.

이 글에서 김 부장판사는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 개입한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며 "서울중앙지법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판결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이다. '사기'에서 진나라 환관 조고를 빗댄 고사성어로,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휘두른다는 뜻이다.

김 부장판사는 "집행유예 선고 후 어이가 없어서 판결문을 정독했다"며 "재판장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에 따라 정말 선거개입의 목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는지, 헛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또 "선거개입과 관련이 없는 정치개입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렇게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이것은 궤변이다"고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판결은 정의를 위한 판결인가, 아니면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심사를 목전에 두고 입신영달을 위해 사심을 담아 쓴 판결인가"라고 묻고서 "나는 후자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법치주의가 죽어가는 상황을 본다"며 "현 정권은 법치가 아니라 패도정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고군분투한 소수의 양심적인 검사들을 모두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대선에서 여당과 야당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았다"며 "나를 좌익판사라 매도하지 말라. 다만 판사로서 법치주의 몰락에 관해 말하고자 할 뿐"이라고 했다.


김 부장판사의 이 같은 글은 앞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1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국정원법상 정치중립의 위반은 유죄로 판단하고, '대선개입'에는 무죄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김 부장판사는 횡성에서 2개월 미만으로 사육한 소는 횡성한우가 아니라고 판결한 2심 재판장으로서 자신의 판단을 뒤집은 대법원 판결을 정면 비판해 2012년 서면 경고를 받은 바 있다.


김 부장판사는 사법시험 35회·사법원수원 25기로 부산·서울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 등에서 판사 생활을 했고 대법원 재판연구관도 거쳤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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