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혐의 유무죄 판단에 따른 감형여부에 촉각…"부외자금 조성 자체로 횡령"vs"사적용도 아니다"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16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회장(54)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12일 열린다. 이 회장이 조성한 부외자금을 횡령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온 검찰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과 감형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는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이 회장에 대한 판결을 선고한다.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이 회장이 조성한 부외자금 603억원을 횡령으로 볼 수 있느냐다. 검찰은 이 회장이 회삿돈을 빼내 별도의 자금을 조성한 행위 자체가 횡령에 해당한다고 봤다. 당초 검찰은 해당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며 '사용횡령'으로 기소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인 용처를 특정하지 못해 '조성횡령'으로 방향을 바꿨다.
검찰은 이 회장이 법인자금을 개인재산과 구분해 보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자체만으로 불법영득 의사가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도 이 회장의 횡령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변호인은 항소심 공판에서 회삿돈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을 검찰이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고, 부외자금 조성 목적도 내부 직원들과 회사를 위한 공적인 용도라고 반박했다.
대법원 판례는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할 의사가 분명해 비자금 조성행위 자체로 불법영득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나 부외자금의 조성 및 보관상태,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적용도로 빼돌린 것이 명백할 경우 한정적으로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일본 현지의 빌딩을 개인 명의로 매입하면서 CJ일본법인에 담보제공과 연대보증을 서게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변호인 측은 보증이나 담보제공으로 법인에 손해를 끼친 사실이 없고 당시에는 임대 수익만으로 원리금 상환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 점, 이 회장이 이 과정에 개입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법인을 내세워 개인명의의 빌딩을 구입한 것 자체로 배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봤다.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받은 이 회장 측은 항소심 과정에서 부외자금으로 조성한 603억원 전부를 회사에 돌려줘 피해를 복구한 점과 신장이식 수술 이후 악화되고 있는 건강상태 등이 양형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범삼성가 차원에서 이 회장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변호사는 "300억 이상 횡령 범죄는 최저형이 징역 4년형이기 때문에 횡령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감형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사용처를 특정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종합적으로 볼 때 조성목적을 개인적인 것으로 판단내릴 수 있다면 1심과 동일한 형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CJ임직원과 짜고 수천억대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과정에서 횡령·배임 및 조세포탈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7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회장은 구속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선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