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7)의 여자친구 살인 혐의에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피스토리우스가 의도적으로 여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스토리우스가 계획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남아공 행정수도 프리토리아 고등법원에서 열린 남아공 전 육상국가대표 피스토리우스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재판부(재판장 토코질레 마시파)는 피스토리우스의 여자친구 리바 스틴캄프(29) 살인죄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과실치사 부분에 대한 유죄 여부 선고는 12일로 연기됐다.
마시파 판사는 "검찰은 피스토리우스가 여자친구를 쏴 숨지게 한 것이 계획된 살인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그는 "총체적으로 볼 때 피고가 고인을 숨지게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너무 급하게 행동하고 과도한 힘을 사용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며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그의 행동은 과실임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고의 살인 부분 무죄가 선고되자 방청석은 의외라는 듯 술렁거렸고 피스토리우스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흐느꼈다. 이때 방청석에 앉아 있던 피스토리우스의 여동생 에이미는 뛰어나와 피스토리우스를 끌어안았다. 재판도중 각별한 형제애를 과시했던 피스토리우스의 형 칼 피스토리우스도 교통사고로 입원 중이어서 방청이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휠체어를 타고 모습을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반면 리바 스틴캄프의 어머니 준 스틴캄프는 무죄선고가 나자 굳은 얼굴로 법정을 떠났다.
피스토리우스는 밸런타인데이인 지난해 2월14일 프리토리아 동부의 실버우드 컨트리 주택단지 내 자택에서 여자친구 스틴캄프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현장서 체포됐으나 같은 달 22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피스토리우스는 그동안 집에 강도가 침입한 것으로 오인해 총격을 가한 것이라며 고의적인 살해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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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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