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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교차로에 선 임영록 KB금융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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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고형광 기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은 임영록 KB금융회장이 징계 정당성과 투명성에 연일 문제를 제기하며 금감원과 치열한 논리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 5일에 이어 10일에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최수현 금감원장이 제시한 중징계 배경을 조목조목 직설적으로 반박했다. 그럼에도 금융위원회는 12일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문책경고)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임 회장은 결국 자진사퇴압력에 굴복하거나 징계불복과정(이의신청ㆍ행정심판ㆍ행정소송)을 밟아야 하는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금융업계는 금융당국과 임 회장이 대립각을 세우는 한 KB금융의 앞날이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로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선 임 회장과 금감원간 쟁점은 ▲컨설팅 보고서 왜곡 ▲주 전산기 성능검증 결과 ▲전산교체 비용 ▲은행 인사개입 등 크게 4가지다. 금감원은 국민은행 검사를 통해 금융지주 IT기획부장이 주전산기를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할 경우 최대 862억원의 리스크가 발생한다는 내용을 보고서에서 삭제하는 대신 최근 금융권에선 유닉스가 대세라는 내용을 추가했고, 이를 은행 경영협의회(4월21일)와 이사회(4월24일)에 보고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컨설팅 보고서의 리스크 금액은 성능검증(BMT)을 실시하기 전의 금액으로, 추후 BMT를 실시할 예정이라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마무리되지도 않은 보고서를 근거로 징계를 내렸다는 항변이다.

사거리 교차로에 선 임영록 KB금융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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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BMT 결과도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BMT를 실시한 결과 1억건 중 400만건의 오류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누락했고, 중앙처리장치(CPU) 과부하시 안정성 등에 대해 아예 검증조차 실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능검증 결과 문제가 없다고 이사회(4월24일)에 허위 보고했다는 것이다. 반면, 임 회장은 김형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를 통해 "BMT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은 실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실시한 사전 거래테스트 중 발생한 오류에 불과하다"며 "실제 전산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해결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교체 비용도 쟁점 사항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 IT본부장은 BMT 결과 유닉스 전환비용이 3055억원으로 산정돼 당초 이사회에 보고된 견적금액 2064억원을 크게 초과하자 BMT가 실시되지 않은 다른 유닉스 구조의 견적금액을 기초로 전환비용을 산정하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금액을 축소(1898억원)했다. 반면 견적 금액이 축소된 것은 입찰 경쟁 과정에서 제안가격이 점차 낮아진 것으로 당연한 현상이라는게 임 회장의 반박이다.


특히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임 회장이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주전산기 전환사업을 맡고 있던 김상성 전 IT본부장(CIO)을 경질하고 그 후임으로 조근철 상무를 임명하라는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계열사 경영관리규정'에 의하면 은행장은 본부장 추천 권한과 함께 지주와 사전협의할 의무가 있고, 지주는 이에 대해 동의 또는 부동의 할 권한이 있다"며 "이번 인사 또한 은행장의 추천안을 원안대로 동의했고, 은행장이 최종 결정한 사안"이라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12일 금융위가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하면 임 회장이 취할 수 있는 유리한 길을 저울질해야 한다. 임 회장이 수차례 밝혔듯 자진사퇴 가능성은 매우 낮다. 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 이사회를 통해 임 회장의 자진사퇴를 재차 압박할 수 있지만 법적인 효력은 없어 결과는 미지수다.


이의신청도 가능하지만 기각될 공산이 크다. 금융위 또는 금감원장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금융기관 또는 그 임직원은 당해 제재처분 또는 조치요구가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해당기관장에 이의를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임 회장은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청의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임 회장의 경우 바로 행정소송에 들어갈 가능성도 높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의 경우 금융위의 중징계에 불복해 제재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한지 3년 만에 대법원의 승소 판결을 받아내 명예회복한 전례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행정소송을 통해 대법원 판결을 받아내기까지는 수년간의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승소 판결을 받아낸 전례가 있는 만큼 임 회장이 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임 회장이 금융당국의 중징계에 불복해 사퇴하지 않고 행정소송에 나서 당국과 갈등을 키울 경우 KB금융 조직안정과 경영정상화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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