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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KB금융그룹 회장들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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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KB금융그룹 회장들이 남긴 것 김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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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어두운 과거를 이야기할 때 '흑역사(黑歷史)'란 표현을 쓰곤 한다. 어둠을 의미하는 한자 '검을 흑'과 과거의 일을 뜻하는 '지날 역', '사기 사'를 합친 단어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인 토미노 요시유키가 각본과 감독을 맡아 1999년 제작된 '턴에이 건담'에서 극중 과거에 일어난 우주전쟁의 역사를 흑역사(쿠로레키시)라고 가리키면서 처음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좋지 않았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 핫 이슈인 KB금융그룹 사태를 보면 흑역사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특히 그동안 KB금융그룹의 회장을 맡은 최고경영자들의 행보는 안타깝기만 하다. 각종 금융사고들로 인해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불명예를 안은 채 자리를 떠나는 흑역사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은 2008년 9월29일 공식 출범한 이후 세 명의 회장이 취임해 조직을 이끌어왔다. 초대 수장을 맡은 황영기 전 회장은 2009년 9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업무집행정지 3개월 상당 조치인 중징계 결정을 받아 불명예 퇴진했다.

황 전 KB금융 회장이 우리금융그룹 회장 시절에 1조원대의 파생상품 투자손실을 냈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중징계에 불복해 제재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한지 3년 만에 대법원의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이보다는 '불명예 퇴진'이라는 멍에가 더 큰 게 사실이다.


어윤대 전 회장도 KB금융의 ING생명보험 인수가 무산된 후 터진 'ISS사건'으로 경징계(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인수가 무산된 이후 주주총회 안건 분석기관인 ISS에 미공개 정보를 건넸다는 이유였다. 어 전 회장은 중징계를 피하기는 했지만 직무를 태만히 해 KB금융의 공신력이 훼손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국민은행 주 전산기 전환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조직 내홍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문책경고) 결정이 나온 후 이에 대응하는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의 행보 역시 위태롭다. 임 회장도 과거 KB금융 회장들처럼 불명예 흑역사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금융계는 짐작한다.


금융위는 12일 열릴 전체회의에서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안을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임 회장은 10일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인에 대한 중징계 처분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하면서 금융당국에 대해 직설적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KB명예를 회복하고 직원들의 범죄자 누명을 벗기겠다며 절치부심중이다. 본인이 자리를 움직이거나 흔들린다면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KB금융 전체에 1년 정도 또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임 회장은 모든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KB의 조직안정화와 경영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KB금융 역대 수장의 흑역사에서 보듯 회장이나 행장 개인에 의해 조직의 생사가 결정되지는 않았다. 수장이 자리를 내놓을 때마다 KB금융은 사계(四季)처럼 마치 끝난 것 같았지만 다시 시작됐고, 일월(日月)처럼 죽은 듯했지만 다시 살아났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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