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에서의 패블릿 점유율 점차 높아져
-팀 쿡, '소비자가 원하는 실용적 상품' 추구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애플은 왜 스티브 잡스의 '한 손 스마트폰' 철학을 버렸을까.
애플은 9일(현지시간)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두 모델 모두 화면이 기존 아이폰보다 대폭 넓어진 4.7인치와 5.5인치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폰은 한 손에 쥘 수 있어야 한다"며 그동안 4인치대 소형 화면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팀 쿡은 이번 아이폰6를 출시하며 본격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팀 쿡의 이 같은 결정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패블릿(Phablet)의 점유율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패블릿은 휴대전화와 태블릿PC의 합성어로 대화면 스마트폰을 일컫는 말이다. 삼성전자가 5.3인치 갤럭시 노트를 세계 시장에 내놓으면서 패블릿이 스마트폰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됐다. 지난해에는 시장조사업체들이 앞다퉈 '패블릿의 해'라고 명명할 정도로 패블릿의 전성기였다.
특히 이번 대화면 아이폰6의 출시는 패블릿을 선호하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지속적인 성장을 꺾으려면 애플도 패블릿을 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잡스가 자신만의 판단으로 제품을 만들었던 데 비해 쿡은 실용주의적 제품 철학을 추구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평소 직원들의 말을 경청하는 스타일인 것도 이 결정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쿡은 태블릿PC에 대해서도 10인치를 고집하던 잡스와 달리 7인치대 아이패드 미니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시장이 변화하고 소비자가 원하면 그 제품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쿡은 사내 의사소통에서도 잡스와 달리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믿을 만한 임원이라고 판단되면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디자인에 있어서 조너선 아이브 수석부사장에게 거의 전권을 위임하기도 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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