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새누리당의 4일 당 지도부 회의를 본 한 당직자는 "오늘 저런 얘기를 해야 하나"라며 기막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날 자당 소속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되며 '방탄국회'라는 비판이 쏟아진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공식회의에서 '국가 경쟁력 순위 하락' '5·24 조치 완화' '규제개혁' '저출산' '호남 예산 지원 및 지역 출신 인재 등용' 등의 발언을 한 데 대한 불만이다.
이날 회의에서 김무성 대표는 송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비판 여론을 의식, "죄송하게 생각하고 그 비난은 달게 받겠다"고만 말했고 이완구 원내대표도 "송 의원은 성실하게 검찰수사에 응해 사건의 실체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만 말했다.
이처럼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자숙 모드'로 돌입한 반면 다른 최고위원들은 이와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지수 하락을 언급하며 해법으로 정치구조 변화를 주장하며 '개헌'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정부가 부담을 느끼는 5·24 조치 완화까지 촉구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언급하며 "역대 정권 모두 정부 스스로 개혁하려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당이 주도하지 않고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도 5·24 조치 완화를 촉구했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저출산 문제'를 언급하며 정부에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이정현 최고위원은 세월호 정국의 장기화를 비판하며 국회의 제역할을 강조했지만 비판의 대상은 야당이었다. 그는 또 호남 지역 SOC 예산 확충 필요성과 호남 출신 인재 기용도 요구했다.
이런 지도부의 발언에 당내 반응은 싸늘하다. 한 고위관계자는 "체포동의안 부결로 비판 여론이 큰 상황에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자숙모드로 전환하면 다른 최고위원들도 손발을 맞춰야 하는 거 아니냐"며 "그 얘기들이 그날 회의에 맞는 내용들이었냐"고 비판했다.
회의에 배석한 한 당직자도 "오늘 회의에서 할 얘기들은 아니었다"며 "김 대표와 이 원내대표 모두 최고위원들의 발언 내내 표정이 매우 어두웠다"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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