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서울시 내 8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시교육청의 종합평가 기준에 미달해 지정취소 대상으로 결정된 가운데 조희연 교육감이 자사고 정책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번 평가에 대해 교육부는 이미 '반려' 계획을 밝혔고 자사고 측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법적대응으로까지 번질 움직임을 보여 실제로 지정이 취소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4일 자사고 운영성과 종합평가 결과를 공식 발표하는 기자회견에 앞서 호소문을 통해 "저의 모교(중앙고)도 지정취소 대상에 포함됐다"며 "모교에 메스를 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제도의 '폐지'는 교육감 권한이 아니다"며 "잘못 운영되고 있는 학교들을 '지정취소'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고 교육감에게 이 권한은 보장돼 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이어 일반고와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자사고를 바로잡는 것이 전제돼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자사고들의 학업성취도가 높은 것은 성적이 높은 학생들을 뽑았기 때문이고, 일부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입시 중심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대학 서열과 학벌사회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의미에서 자사고 학부모들의 극렬한 반발과 항의 외침 또한 이해한다며 "'내 자식 잘 키우기'의 관점이 아니라 '우리 자식 잘 키우기'의 관점에서 접근해, 정부와 국회가 자사고 제도의 전면적 재검토를 진지하게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평가 결과를 '검토할 필요도 없이' 반려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운 교육부의 태도를 지적하며 황우여 장관에게 만남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보지도 않고 반려하겠다는 것은 성숙한 접근법이 아니다"며 "의원 시절부터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계신 황 장관께 만남을 요청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는 1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지정 취소하려면 먼저 교육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돌연 입법예고한 바 있다. 현행법은 자사고 재지정 취소와 관련해 교육부와 시교육청이 '협의'하게 돼 있어, 최종 권한이 어디에 있냐를 두고 교육부-교육청 간에 해석을 달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지정취소 대상이 된 8개교는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다. 이들 학교는 향후 청문 절차 등을 거쳐 10월 최종 취소 여부가 결정된다.
이날 기자회견 직전 조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하는 자사고 학부모들이 시교육청 진입을 시도하면서 이를 저지하는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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