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채용설명회서 학생들에 강연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4일 취업준비생들을 향해 "정(丁)으로 사는 것을 즐길 자신이 없으면 증권사에 지원하지 말라"고 말했다. 직업을 소위 말하는 갑(甲), 을(乙), 병(丙), 정(丁)의 지위로 구분하자면, 증권업 종사자들은 최하위에서 겸손함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 사장은 이날 오후 연세대학교 공학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설명회에 강연자로 나서 "증권사 직원은 전 국민이 고객이라 할 수 있다"면서 "매일매일 고객들의 심판을 받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증권업은 각 지점, 직원별로 실시간으로 실적이 뜬다. 그러니 피가 마른다"며 "헝그리 정신, 근성, 열정 등을 갖고 힘든 하루하루를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한 학생이 '자기소개서나 면접 등에서 정으로서의 자세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겠느냐'고 질문하자 유 사장은 "갑자기 억지로 만들려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자기가 어떤 마음을 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자연스레 겉으로 배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사장은 증권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밝혔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권업에 대한 열기가 예전에 비해 식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증권업이 앞으로 비중이 줄거나 쇠퇴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저금리, 저성장이 장기화하는 추세에서 대안은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2800조원에 달하는 가계자산을 불리는 역할은 결국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증권업 불황을 이길 한국투자증권의 전략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유 사장은 밝혔다. 유 사장은 "증권업은 항상 사이클에 대비하는 게 중요한데, 불황이 닥쳤을 때도 버틸 수 있으려면 평소에 정공법을 써야 한다"며 "그것은 조직을 슬림(slim)하면서도 헬시(healthy)하게 유지하고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에 대한 포부도 내비쳤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인도네시아 현지사무소 설립을 추진하는 등 활발히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유 사장은 "우리나라 주변에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우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며 "그런 나라들에 미리미리 진출해서 성장 과실을 공유하고 이를 우리나라에 끌고 온다면 국민들이 풍요로워지고 회사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채용설명회에는 3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자리가 부족해 일부 학생들은 서서 유 사장의 강연을 들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일 하반기 신입직원(5급) 공개채용 모집공고를 내고 오는 19일까지 응시원서 접수를 받는다. 이번에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분야는 지점영업, 본사영업, 리서치, IT 등으로 두 자릿수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증권사들이 실적 악화로 기존 직원을 대규모로 감축하는 것은 물론 신입 공채를 아예 하지 않거나 계획조차 내놓지 못하는 상황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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