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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의 땅 '아랍', 문화 코드 알아야 시장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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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익란 저술 '이슬람 마케팅과 할랄 비즈니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무슬림의 땅 '아랍', 문화 코드 알아야 시장이 열린다" 엄익란 저술 '이슬람 마케팅과 할랄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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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제 2차 한-UAE 공동위원회 만찬장에서의 일이다. 당시 윤증현 재정기획부 장관은 참석자들에게 슬라이드 하나를 보여주며 연설을 시작했다. "이 스크린을 좀 보라. 한 음료회사의 포스터다. 아랍에서 이 포스터가 소개된 뒤 음료가 팔리지 않았다. 왜 그럴까 ?" 만찬장에서 사용한 슬라이드는 원래 코카콜라가 아랍시장에 진출 애로를 겪는 상황을 회화적으로 묘사한 이미지였다.

좌중은 답을 찾으려고 수군거렸다. 슬라이드 내용은 "지쳐 사막에 쓰러진 사람이 음료를 마시더니 힘과 에너지를 얻어 다시 일어나 달리기 시작한 장면"으로 구성돼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지친 이라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당장 마시고 싶게 만든 광고임에 틀림 없었다. 그러나 아랍인들은 이 광고를 보고 음료를 철저히 외면했다. 답은 아랍어 표기와 읽기 방식이 모두 오른쪽에서 시작해 왼쪽으로 끝난다는데 있다. 이는 우리와 서구의 방식과 정 반대다. 따라서 그림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도 우리와 다르다. 즉 아랍인은 슬라이드를 보고 힘차게 뛰던 사람이 음료를 마시고 사막에 쓰러져 버린 것으로 해석했다. 우리에게는 생명을 상징하는 음료가 아랍인에게는 죽음으로 다가간 셈이다.


이 일화는 1980년 수교 이래 양국 정부가 상대의 문화적 속성과 코드를 무시한 채 교류해왔음을 시사한 사례다. 이슬람들은 금기가 많다. 가령 왼손으로 악수하면 무례한 것으로 간주한다. 우리는 서구 중심의 이해에 사로잡혀 이슬람과는 '문명의 충돌'이라는 공포증을 지니고 있다.

오늘날 무슬림은 전 세계 인구의 20∼25%를 차지한다. 무슬림이 대부분인 아랍의 경제 규모는 브릭스를 능가한다. 이슬람 시장은 21세기 최대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그러나 여전히 낯설고 멀다. 수많은 세계 기업들이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으며 쓴 맛을 봤다. 실례로 1996년 나이키의 실수는 오랫동안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나이키는 불꽃 무늬의 로고를 단 신발을 아랍시장에 내놓았다. 나이키는 아랍 지역을 단숨에 석권할 것이라는 야심에 들떠 있었다. 불꽃 무늬는 아랍어로 신을 의미하는 '알라'와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띠고 있어 잘 먹힐 것이라고 장담했다. 예상과 달리 신발 출시 후 나이키 불매운동에 직면했고, 나이키는 아랍 뿐만 아니라 전 세계시장에서 80만개의 신발을 회수하는 수모를 당했다.


오늘날 무슬림은 코카콜라 대신 메카콜라를 마신다. 여자 아이들도 금발의 바비인형 대신 히잡 쓴 폴라인형을 가지고 논다.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 캐릭터 대신 알라를 형상화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에 열광한다. 이에 코카콜라는 라마단(이슬람 최대의 종교 행사) 달에 자비와 관용을 담은 광고, 버거킹은 이슬람 율법에 맞는 '할랄 치킨 너캣'을 출시했으며 노키아는 이슬람의 기도 시간과 방향, 이슬람력과 영어판 코란을 담은 '알콘폰', 호주의 한 기업은 전신을 감쌀 수 있는 여성 전용 수영복 등을 개발해 성공한 적 있다. 무슬림들은 "문화와 소비를 일치시키는" 독특한 경향이 있다. 엄익란 단국대 교수가 저술한 '이슬람 마케팅과 할랄 비즈니스'는 "문화 코드를 모르고서는 이슬람 시장을 결코 열 수 없다"는 걸 보여 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슬림 소비문화의 형성 배경과 특징을 사회문화적으로 심층 분석, 성공적인 이슬람 마케팅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오늘날 세분화되는 이슬람시장과 무슬림의 소비 성향을 알아보고 이에 맞는 비즈니스 및 마케팅을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한 때 '오일달러'를 위해 한국 건설사들이 중동 붐을 일으킨 적 있다. 당시 오일달러는 오늘날 경제 성장의 큰 밑거름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중동은 원유와 건설, 플랜트 등으로 한국의 중요한 전략 시장이다. 서구의 다국적 기업들도 연간 2조달러에 달하는 이슬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판국에 무슬림 문화 코드와 소비문화에 대한 연구가 더욱 절실하다. 따라서 이 책은 이슬람 문화와 무슬림의 삶을 이해하는데 훌륭한 지침서가 된다. <엄익란 지음/한울 출간/값 2만25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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