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재계에서 중대 현안이나 위기 시마다 '역전의 노장'을 재기용하는 현대가의 독특한 인사 스타일이 재조명받고 있다.
한번 인연을 맺었던 인사들을 재기용해 위기를 돌파하는 용인술은 재계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인사 스타일로 평가받는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등 현대가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함께 과거 인사라도 능력만 있으면 적재적소에 재기용해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공통된 인사 스타일을 갖고 있다. 한번 기용한 인사를 다시 쓰지 않는 삼성가와는 사뭇 다르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현대가의 맏형인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특유의 인재 활용방식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고위 임원 퇴직 이전에 예우, 혹은 인재 유출 방지 차원에서 2년가량 '고문'이라는 자리로 회사 소속의 지위를 유지시켜주면서 '인력 풀'로 활용하고 있다.
능력만 있다면 언제든지 현장에 복귀 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조직 전반에 적절한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다.
지난해 11월 연이은 품질 문제로 물러난 권문식 고문은 올 2월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으로 복귀했다. 2012년 초 퇴임한 윤여철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재신임을 받기도 했다.
2008년 1월 현대모비스 수장에서 물러난 한규환 부회장도 퇴임 후 4년여 만인 2012년 현대로템으로 복귀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2일 최길선 전 사장을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회장으로 다시 불렀다. 현대중공업이 그간 수시 인사보다는 정기 인사를 통해 경영진을 교체해온 만큼 이번 최 회장 복귀는 이례적인 인사로 평가된다.
5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최 회장에게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조선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그가 과거 명성 만큼 다시 성공 신화를 쓸수 있을 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최 회장의 복귀를 두고 비상경영체제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올드보이를 구원 투수로 기용해 적자 경영 구조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는 벌써부터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최 회장이 취임 직후 울산 조선소로 내려가 현장 근로자들의 사기를 붇돋워주면서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현장 분위기가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비슷한 인사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현 회장은 올 4월 대북 사업 총책임자로 조건식 전 현대아산 사장을 영입했다.
조 사장은 통일부 차관 출신으로, 2008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현대아산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했다. 현 회장은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대화가 재개될 것에 대비해 금강산관광 재개 적임자로 조 사장을 다시 영입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기업ㆍ경영환경에 따라 용인술을 달리 하고 있지만 현대가는 독특한 인사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이 같은 현대가의 인사 스타일이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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