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값 7주 연속 올랐지만 입주 물량 넘쳐 매매가 하락세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금융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 등 잇단 호재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지만 세종시와 서울 마곡지구 등 대규모 택지지구의 사정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공급되다보니 아파트 값이 장기간 하락해 인근 지역 집값까지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1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6% 상승하며 3주 연속 올랐다. 아파트 값이 전반적인 상승세에 있지만 반대로 줄줄이 분양이 이어지는 서울 마곡지구가 위치한 강서구(-0.06%)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각종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7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물량 공급이 일시에 이뤄진 데서 원인을 찾는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마곡지구의 입주물량이 넘치면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크게 하락해 한강 이남지역 상승폭을 축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마곡지구는 부지조성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 5월 이후 총 6500여 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했다. 입주 물량의 80%가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5㎡ 이하로 구성돼 있다.
이에 강서구에서는 매매가격뿐 아니라 전셋값도 전주 대비 0.39% 하락했다. 인근 양천구의 전셋값(-0.13)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전셋값은 0.03% 상승했다.
세종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 들어 연말까지 세종시에는 총 1만4681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한다. 많은 물량이 일시에 시장에 나오면서 이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4월 이후 16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전셋값도 주춤하고 있다. 지난주 세종시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59% 하락하며 26주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정부청사 이전과 함께 임대용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이 대거 공급된 것도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세종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준공된 다가구주택은 87채 1447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주인을 찾지 못해 비어 있는 곳이 52%인 760가구에 이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아파트 인ㆍ허가 물량이 줄고 있고 이전을 앞둔 공공기관이 아직 많아 수급불균형 문제는 점차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시에서 인ㆍ허가된 아파트 물량은 233가구로 전년 동기(892가구) 대비 73.9%(659가구) 줄었다. 올 상반기 누계 기준으로는 총 385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7522가구)보다 48.8%(3672가구) 감소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세종시와 서울 마곡지구는 일시적으로 공급이 몰리면서 부침을 겪고 있다"면서도 "마곡지구는 입지와 교통여건이 뛰어나고 배후수요가 풍부해 빠른 시일 내에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 센터장은 "세종시의 경우 내년 입주물량도 만만치 않아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라면서도 "당초 계획대로 정부부처와 각종 공공기관이 들어서고 생활편의시설 확충 등 정주여건이 점차 개선되면 장기적으로 안정세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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