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충북 음성 가톨릭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를 방문, 이곳에서 환대하는 장애인들을 만나 엄지를 세우고, 머리위로 양손을 올려 '하트'를 표현했다. 장애 아동들과 청년들의 작은 공연에서는 입꼬리를 올리며 연신 미소 지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이들을 지켜봤다.
16일 오후 교황은 서울 광화문 시복식을 끝낸 후 충북 음성 꽃동네를 찾았다. 헬기로 오후 4시 10분께 도착한 교황은 장사진을 이룬 신자들과 이 지역 시민들의 환대에 손을 흔들고, 어김없이 어린 아이들을 포옹하고 입맞춤했다. 4시 23분께 꽃동네 '희망의 집'에 도착한 교황은 꽃동네에서 생활하는 수녀의 안내를 받고 장애인들을 만났다. 꽃동네를 일군 오웅진 신부도 교황을 예방하며 교황을 수행했다. '희망의 집' 안에 있는 경당에서는 잠시 십자가 앞에서 기도를 드렸다. 이후 장애인 아이들을 만나 꽃다발을 받은 후, "꽃다발을 성모님께 봉헌하고 싶다"며 성모상 앞에 놓아뒀다.
아나운서, 교수, 신부 등이 되고 싶은 꿈이 있는 장애인 아이들은 교황을 환영하며 율동과 노래로 작은 공연을 선보였다. 교황은 밝은 얼굴로 미소를 지어줬고, 10여명의 아이들 모두를 포옹하고 이들의 머리와 얼굴을 어루만졌다. 또한 함께 눈 맞춤하며 양손을 올려 사랑의 몸짓을 나누기도 했다.
교황은 이곳에서 하지가 마비되고 상체가 부분 마비된 장애인 베로니카(세례명)에게 선물을 받았다. 베로니카씨가 한땀한땀 자수를 놓아 만든 교황의 초상화였다. 양손이 없는 장애인 여성 한 명도 발가락으로 접은 종이학과 종이거북을 교황에게 선물했다. 교황의 복음 말씀을 노래로 만든 음반시디도 전달됐다. 교황은 꽃동네 장애인들에게 '예수 탄생'의 모습이 담겨진 모자이크 그림을 선물로 전한 후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올렸다.
희망의 집을 나온 교황은 이곳 장애인들에게 연신 엄지를 세워 보였다. 또한 사람들이 "비바 파파!(만세 교황!)"을 외치자 더 북돋아 달라고 손으로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어 낙태 아이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태아동산'을 찾아 침묵기도를 올렸다.
한편 충북 음성 꽃동네는 1976년 청주교구 소속 오웅진 신부가 "한 사람도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시작한 한국 최대 규모의 종합복지시설이다. 이곳은 입양기관인 천사의 집부터 임종의 집까지, 자활이 불가능한 이들과 환우들, 장애인, 알코올 중독자, 행려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현재 꽃동네는 음성 꽃동네를 모원으로, 가평 꽃동네, 강화도 꽃동네 등 5000여명의 소외된 이들을 살고 있다. 이어 방글라데시, 필리핀, 우간다, 아이티, 인도, 캐나다, 미국 등 꽃동네가 설립돼 운영 중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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