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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알바시네]15.‘끝까지 간다’, 이야기의 쫄깃쫄깃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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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알바시네]15.‘끝까지 간다’, 이야기의 쫄깃쫄깃함 영화 '끝까지 간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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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4대영화(명량, 군도, 해적, 해무)를 모두 즐긴 분이라면,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맛본 사람이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하지만 지난 5월에 개봉한 ‘끝까지 간다’를 보지 않았다면 더욱 행복한 사람이다. 해방 이래 ‘이야기 빈곤국가’가 되어버린 이 나라가, 헐리우드 키드가 되어 열심히 영화관을 쫓아다닌 결과가 어디까지 왔는지 유쾌하게 즐길 기회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끝까지 간다’가 한국 영화의 스토리텔링 실력의 최고봉이라고는 감히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하나의 절정(絶頂)에 이른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는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작품이고, 감독과 배우의 무명세(無名稅, 유명세의 반댓말이다) 탓에 오직 입소문만으로 300만명이 찾아가서 본 흥행작이다. 이 영화를 만든 김성훈감독이 갑자기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1971년생 강릉 사람으로 ‘오 해피데이’(2003, 조감독), ‘그놈은 멋있었다’(2004, 조연출),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 미치는 영향’(2006)을 만들었던 분이다.


이 영화는 범죄 스릴러물이라 할 수 있지만, 잔혹한 폭력이나 경쟁처럼 쏟아내는 거친 쌍욕이나 무고한 인류를 상대로 한 도박이나 대담무쌍한 영웅이나 눅눅한 미녀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팽팽한 긴장이 정말 끝까지 간다. 그냥 끝까지 갈 뿐 아니라,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그 현기증을 즐긴다. 영화의 자신감은 한땀 한땀 수놓은 듯한 정교한 스토리에서 나오는 듯 하다. 익숙한 모티프들을 다른 방식으로 연결하여 새로움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유머와 페이소스를 양념처럼 쳤다.

[빈섬의 알바시네]15.‘끝까지 간다’, 이야기의 쫄깃쫄깃함 영화 '끝까지 간다'의 주연 이선균(고건수 역)과 조진웅(박창민 역)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조연은 누구일까. 박창민경위를 맡은 조진웅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시체로만 나오는 이광민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체연기를 맡은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져서 찾아보았으나 알기 어렵다. 혹시 누구라도 이 멋진 출연자를 안다면 알려주기 바란다. 신문사에서는 시체와 시신을 구분해 쓴다. 시체는 대개 인간을 제외한 동물에게 쓰고, 인간에겐 시신이라고 한다. 시신이란 말에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경이 살짝 들어가 있다. 하지만 저 이광민의 주검을 굳이 시신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으리라. 시체라는 뉘앙스에 담긴 객관적인 ‘죽은 몸뚱이’만으로 의미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광민이 부각되는 까닭은 생전의 행적이나 사인(死因)을 둘러싼 비밀 때문만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시체 그 자체가 움직이며 스토리를 끌어간다. 이것이 이 영화의 묘미다.


삶이 기구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시체의 팔자가 기구한 것은 그리 많이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시체 이광민이 말하는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라.


“나는 어느 날 밤에 가슴에 총을 두 발 맞았습죠. 그 총 쏜 자는 나와 동업하던 부패한 경찰이었는데 내가 쓰러지자 내 몸에 있는 뭔가를 빼내가려고 다가오고 있었죠. 그런데 검은 로체 자동차가 달려와서 길에 쓰러진 나를 받은 것이었죠. 그 차가 그냥 달렸으면 그럴 일도 없었는데, 내가 아끼던 개가 쫄래쫄래 주인이 쓰러진 쪽으로 다가오는 바람에 차가 개를 피하려다 대신 나를 치게 된 거죠. 여하튼 차 주인은 형사였는데 나를 치고난 다음에, 갑자기 경찰 음주 단속차가 다가오는 바람에 나를 부랴부랴 트렁크에 실었죠. 그리고는 경찰들과 실랑이를 한참 벌이다가, 겨우 장례식장으로 가더군요.”


“그때까지도 그냥 트렁크에 있었는데, 갑자기 로체 주인(고건수 형사)이 나를 빼내서 병원의 환기구 통로로 집어넣었습죠. 알고 보니, 이 사람도 약간 썩은 형사였는데 금품을 받았다가 감찰에 걸려서 곤경에 처한 상황이더군요. 그 감찰반이 경찰서에서 물증을 잡은 뒤, 모친상을 치르고 있는 이 형사를 추가조사하기 위해 장례식장으로 오는 모양이더군요. 이들이 자동차를 조사할 가능성이 커지니(경찰 동료가 전화를 해서 귀띔을 해줬죠) 급해진 이 사람이 트렁크에 있던 시체를 빼내 환기구로 넣은 거죠. 그 구멍이 너무 좁아 사람이 정상적으로 통과할 수 없는 긴 통로였는데, 이 사람은 나를 넣은 포대기를 줄로 묶더군요. 정말 경찰은 경찰이었습니다. 자기 딸이 가지고 놀던 리모컨 조종 인형을 이용하더군요. 내 시체에 줄을 묶어 다시 인형의 몸에 묶은 뒤 리모컨을 이용해 그의 어머니의 관이 있는 영구실 쪽으로 줄을 넘기더군요. 여하튼 그런 기발한 과정을 겪으면서 내 시체는 그의 어머니 시신 위에 얹혔습니다. 말하자면 시신에 편승한 시체가 된 거죠. 그래도 여인인지라 나로서는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었죠. 그런데 내 옷에 들어있던 휴대폰이 아직 배터리가 나가지 않아 계속 울려대는 거예요. 관짝 속에서 그게 자꾸 울리니 고건수는 정말 땀을 뺐죠.”


“어쨌거나 나는 한 여인과 함께 밤을 보낸 뒤 이튿날 산으로 옮겨져 파묻혔죠. 관을 옮기는 차에서는 아직도 휴대폰 소리가 울렸고, 운구하는 사람들은 관이 왜 이렇게 무겁냐고 투덜댔죠. 나중에 고건수는 나를 두어번 찾아왔죠. 아마도 나를 찾아내라고 협박하는 자가 있었을 겁니다. 내가 지닌 열쇠가 필요했던 박창민 경위죠. 귀중한 것은 몸에 지니고 다니는 내 습관을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죠. 그런데 고건수는 박창민이 왜 자꾸 내 시체를 내놓으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죠. 그래서 그는 무덤으로 찾아옵니다. 아마도 관 속에서 울렸던 휴대폰 벨소리가 생각났겠죠. 그는 그때 관을 파내 나를 꺼냈죠. 휴대폰을 찾아내더군요. 그때 나는 가슴에 있는 총상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차에 치어 죽은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전에 죽어있었던 시체임을 알게된 거죠. 내가 아니었다면 박창민이 나를 죽인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겠습니까? 그 뒤에 내가 은신해 살던 곳으로 가져가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했을 겁니다. 그때 나와 같이 동업하던 고향선배가 전화를 했을 것이고, 고형사는 잽싸게 그를 찾아내 나를 둘러싼 사건의 전말을 캐냈을 겁니다. 그리고는 다시 내 시체를 찾아와 깊은 곳에 들어있던 열쇠를 가져갑니다. 박창민이 그렇게 찾고 있던 그 열쇠 말입니다. 그는 또 나의 개 집을 뒤졌을 것이고, 개가 물고간 내 지갑을 봤겠죠. 지갑 안에는 명함 따위가 있었고... 아마 ‘돼지금고’ 명함도 있었을 거예요.”


“마침내 고건수는 박창민의 비밀을 모두 알았지만, 가족을 죽이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내 시체를 돌려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순순히 돌려줄 생각은 없었죠. 실탄을 장전한 총을 준비했고, 또 내 시체에 경찰이 새 청장 앞에서 자랑스럽게 폭발력을 시연했던 그 폭탄을 장치합니다. 두 사람이 저수지 둑길에서 만났죠. 고건수는 나를 박창민에게 건네줍니다. 그 과정에서 고건수는 품에 있던 권총을 빼앗기죠. 그리고 내 시체 꾸러미에 금속탐지기를 들이대며 검사를 했는데 폭탄을 숨긴 곳에서 삐익 소리가 나자, 박창민은 열쇠에서 나는 소리인줄 알고 ‘멀쩡히 잘 있네’하면서 흐뭇해하더군요. 시체를 건네받은 뒤 박창민이 그를 죽이려 했죠. 첫 탄은 공포탄. 둘째 총알을 겨누자 고건수는 내가 죽으면 박창민이 저지른 악행 일체를 낱낱이 기록한 메일이 경찰서에 도착하게 돼있다고 말하면서 죽일테면 죽여보라고 대들더군요. 박창민이 고건수를 죽이지 못하고, 차를 몰고 돌아갑니다. 고건수는 리모컨을 누르고, 차는 내 시체와 함께 폭발해서 저수지 속으로 잠수합니다. 내 연기는 여기까지였죠. 박창민과 함께 물 속으로 사라지는 것.”


[빈섬의 알바시네]15.‘끝까지 간다’, 이야기의 쫄깃쫄깃함 영화 '끝까지 간다'의 한 장면


이 영화는 물의 이미지가 풍부하다. 고건수형사는 어머니 상중에 경찰서에 감찰반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물’을 먹었다. 동료들은 혼자만 돈받아먹은 덤터기를 쓰라고 했고 그는 분개했다. 나중에 사건이 모두 밝혀진 뒤에도 경찰 전체가 욕먹는 것을 두려워한 윗분이 고건수를 다시 ‘물’ 먹인다. 중간에 박창민이 나타나 화장실서 고건수와 싸우는 장면에서 박은 고의 머리를 변기통 속에 처박고 물을 먹여 굴복시킨다. 박창민이 야쿠자와 마약거래를 놓고 협상하는 것도 욕조에서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따낸 어마어마한 돈을, 시체가 된 이광민에게 ‘물’ 먹는 바람에 잃게 된다.


저수지 장면은 고건수가 박창민을 물 먹이는 장면이다. 시체에 열쇠 대신 폭탄을 박아놓아 그를 속였고, 그 폭탄을 터뜨려 차와 함께 통째로 저수지 속으로 처박히도록 했다. 박창민과 이광민, 둘이 동시에 물을 먹게된 셈이다. 그리고 고건수는 돌아와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잠수하며 이 악몽 전부를 씻어내려 한다. 그때 박창민이 죽지 않고 다시 살아 돌아와 고건수와 격투를 벌인다. 욕조에서 뒤엉킨 둘. 박이 샤워기의 줄을 고건수의 목에 감자, 고건수는 뜨거운 물을 틀어 박을 몰아낸다. 이후 두 사람은 쓰러진 책장 아래에 있는 권총을 발견하고 기어들어가 서로 먼저 차지하려 경쟁을 벌인다. 그때 방아쇠가 당겨지고 총알은 박창민을 뚫고 지나가 수족관 어항을 깨뜨린다. 어항에서 쏟아진 물과 박창민의 피가 뒤섞인다. 박이 최종적으로 물 먹는 장면이다. 영화 속에서 ‘물’은 죽음이며 경쟁에서의 치명적인 패배이다.


영화에선 개와 돼지가 나온다. 개는 봤지만 돼지는 어디 있느냐고? 돼지금고가 있지 않은가? 개는 한자로 견(犬)이다. 돼지는 돈(豚)이다. 견(犬)은 ‘본다’(見)는 뜻이고 돈(豚)은 ‘머니’이다. 이광민의 개는 박창민이 총격을 목격했고, 고건수의 차 사고와 뺑소니를 목격했다. 이 동물은 CCTV에도 등장하고, 고건수에게 이광민의 지갑을 건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물론 개가 어떤 의지를 지니고 그런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견자(見者, 목격자)가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박창민은 고건수의 사고와 시체 유기를 알고 있다고 하지만, 개는 박창민의 살인까지 이미 알고 있는 존재였다. 박창민은 자신이 본 것(見)을 이용해 끊임없이 고건수를 협박한다. 돼지금고는 이 모든 사건의 열쇠를 쥔 ‘욕망’의 근원이다. 고건수가 끝까지 가서 이른 곳은 바로 저 돼지 앞이었다. 이광민의 개와 맞먹는 중요한 견자가 나오는데, 그것은 바로 CCTV다. 영안실에서 고건수는 헬륨풍선을 이용해 CCTV를 막아놓고 시체 바꿔치기를 감행한다. 또, 자동차 사고 현장의 목격자 또한 CCTV였다. 그 눈은, 로체 자동차와 앞번호 8을 밝혀낸다.


우연일까, 세 명의 ‘민’이 등장한다. 시체 이광민과 경위 박창민, 그리고 고건수의 딸 민아. 이 세명은 고건수형사를 둘러싼 아주 중요한 조연들이다. 고건수에게 ‘민아’는 그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존재이다. 박창민에게 이광민은 또한 그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 동인이다. 이광민은 열쇠를 품에 지니고 있었고 죽어서까지 박창민을 피해다녔다. 열쇠와 돼지금고는 시체 이광민의 아바타와도 같은 존재다. 박창민은 민아로 협박하고, 고건수는 이광민으로 협박하고, 시체 이광민은 박창민을 움직여 고건수를 협박한다.


딸 민아는 세 개의 중요한 인형을 지녔다. 첫째 인형은 시체를 움직이는데 쓰인 ‘낮은 포복’인형이다. 둘째 인형은 앞의 것을 잃어버린 뒤 장례식장 편의점에서 샀다는 자동차인형이다. 이 자동차는 고건수의 차 사고를 연상시켜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세 번째 인형은 박창민이 고건수를 협박하기 위해 그의 집에 들러 민아에게 사준 인형이다. 민아의 인형이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물건들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인간의 의지를 다른 대리물에 옮기는 ‘리모컨’은 이 영화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다. 이광민은 시체이지만 도장이라는 리모컨을 가지고 인간들을 움직인다. 딸은 아버지를 사랑과 관심이라는 리모컨으로 움직인다. 박창민은 협박으로 고건수를 움직여 시체가 돌아오게 한다. 고건수는 폭탄의 리모컨을 작동해 박창민을 공격한다.


[빈섬의 알바시네]15.‘끝까지 간다’, 이야기의 쫄깃쫄깃함 영화 '끝까지 간다'의 한 장면


영화에는 역설과 풍자가 곳곳에 보석처럼 들어박혀 블랙유머 코드를 이룬다. 어머니의 관 속에 자기가 치어죽인 남자를 함께 넣는 상황이 가장 강렬하다. 관은 세상 사람들의 추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다. 감독은 이 상황을 음미하기 위해 족집게 점쟁이 이야기를 넣었다. 고건수의 여동생이 “글세, 엄마가 남자가 있대. 지금도 같이 있대.”라고 말하는 장면이 통렬한 풍자이다. 그의 남편인 영철(고건수의 매제)이 이 상황을 로맨스로 이해하고 ‘우와, 어머니 멋지다’라고 감탄하는 장면도 그 유머의 연장이다. 고건수가 급히 관의 못을 다시 박아넣다가 나무못의 대가리가 반쪽 깨지는 것도 상황이 탄로날 수 있는 긴박감을 자아내는 요소이지만, 감독이 치밀하게 인간의 심리를 읽어내지 않으면 넣기 어려운 장치이다. 그 영안실을 관리하는 사람은, 저 깨진 못의 의미를 몰랐던 게 아니라, ‘효자라서 어머니 얼굴을 한번 더 보고싶어서 열어본 것’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박창민이 시체를 건네받고 떠나면서, 고건수에게 “요 앞에 맛집 해장국집이 있는데...”하며 같이 먹자고 제안하는 것도 영화적 유머다. “그 집 선지가...”라고 말할 때 고건수가 “안 먹어”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이후에 벌어질 일이 뭔지를 암시한다. 선지는 피를 말한다. 해장국에 빠져있는 피와, 박창민이 저수지에 빠져 흘리는 피와 정교하게 맞아 떨어진다. 민아의 인형이 자동차로 바뀌었을 때, 여동생이 “아 글쎄, 어떤 미친 놈이 아이 인형을 훔쳐갔지 뭐야”라고 말하는 것도, 여동생은 그냥 뱉은 말이지만 관객에게 기묘한 암시를 준다. 고건수가 행하고 있는 일이 미친 짓이라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창민과 고건수의 화장실 격투 때, 등 뒤에 용문신까지 있는 야쿠자풍의 박창민이 몇 대 맞아주면서 아픈 시늉을 하는 것도, 고건수는 모르게 하고 관객만 알게 함으로써 효과를 자아내는 일종의 유머가 담긴 기법이다. 고건수가 뒤에서 추격하는 가운데, 택시에 앉은 박창민이 기사에게 1초당 만원씩 주겠다고 약속을 하고는 파란 불에서 택시를 도로 한복판에 세워놓는 게임도 보기드문 익살이다. 또 최형사와 고건수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박창민이 전화를 걸어 “차에서 나와 전화 받아. 최형사한테 민폐 안끼치려면 빨리 나와.”라고 말하는 것도 블랙유머다. ‘민폐 안끼친다는 것’이 바로 혼자 죽는데 따라죽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저 대사를 들을 때만 해도, 고건수에게 가해질 공격이 최형사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말로 읽힌다. 하지만 곧 있을 최형사의 죽음으로 그 말은 역설이 된다. 저수지에서 살아돌아온 박창민이 “너 때문에 잠수 기록을 갱신했다”는 것도 웬만해선 나올 수 없는 너스레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고건수가 들고온 비교적 작은 가방을 본 돼지금고 주인이 “열쇠 주인한테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나 보네”라고 말하는 것도, 이후의 장면을 본 관객들에게 고개 끄덕이게 하는 섬세한 장치이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이만큼 풍부한 유머센스를 적재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


히스테리컬하면서도 집요한 고건수형사의 연기를 해낸 이선균도 볼만하지만, 이 영화가 낳은 스타는 박창민경위 역의 조진웅일 것이다. 조진웅은 영화 ‘명량’에 출연해 장수 와키자카 연기를 했고 또 ‘군도’에도 나와 양반 출신의 브레인도둑 태기 역을 맡아, 대흥행 행진에 자주 얼굴과 이름을 비치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끝까지 간다’에 나온 역할이 가장 인상적일 것이다. 듬직한 덩치에 코트 깃을 세운 냉혈한을 그는 천연덕스럽고 넉살좋게 풀어냈다.


[빈섬의 알바시네]15.‘끝까지 간다’, 이야기의 쫄깃쫄깃함 영화 '끝까지 간다'의 한 장면


영화는 부패한 경찰들을 앞세워, 부패하지 않은 시체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한다. 가장 부패한 경찰 박창민이 아직 부패하지 않은 시체 이광민을 찾으려고 애쓰는 일이 이야기의 골조를 이룬다. 그러나 고건수가 관 속에 시체를 숨겼듯, 경찰 상부는 그 내부의 부패를 숨기고 영원히 입을 닫으라고 명하고 있으니, 영화 전체가 하나의 패러독스이다. 이 영화를 요모조모 뜯어보는 일은 영화를 보는 것 이상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그만큼, 곱씹을수록 행간이 다채롭고 풍성하다는 얘기가 아닐까. 어떻게 보셨는가, 개와 돼지 사이 죽기살기로 뛰는 인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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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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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업종은 연장근로 못 씁니다"…전쟁터의 시간, 52시간에 갇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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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든 한국. 정부가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으며 비전을 제시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주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개발자들의 AI 연구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AI 업계는 국가 전략만으로는 시장 선두에 설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유연성을 갖춘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 모은다. 시행중인 주52시간 근무제

  • 25.12.2006:30
    AI 기업 80% "칼퇴 하면서 AI 개발 못해"…실리콘밸리 가는 이유 있어
    AI 기업 80% "칼퇴 하면서 AI 개발 못해"…실리콘밸리 가는 이유 있어

    편집자주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든 한국. 정부가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으며 비전을 제시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주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개발자들의 AI 연구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AI 업계는 국가 전략만으로는 시장 선두에 설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유연성을 갖춘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 모은다. 시행 중인 주52시간 근무제

  • 25.12.3011:00
    "장사법 등 개정 필요…무연고 사망자 인식도 바꿔야"
    "장사법 등 개정 필요…무연고 사망자 인식도 바꿔야"

    2만3643명. 지난 5년간 연고 없이 사망한 사람의 숫자다. 이중엔 정말 가족이 없는 게 아니라 관계의 단절, 경제적 이유로 시신 인수를 기피·거부당한 사람도 포함돼 있다. 아시아경제가 2021년 무연고 사망자들에 대한 리포트를 보도한 지 4년이 지난 현재 무연고 사망자는 더 늘었다. 무연고 사망자가 줄어들지 않는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학계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법적·제도적 보완과 함께 무연고

  • 25.12.3011:00
    무연고 사망자 관리도 제각각…사망신고 파악 못한 지자체들
    무연고 사망자 관리도 제각각…사망신고 파악 못한 지자체들

    지방자치단체마다 무연고 사망자를 담당하는 부서가 제각각인 탓에 사망신고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국가 행정 통계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마다 다른 무연고사망자 전담부서30일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의 무연고 사망자 담당 부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복지정책과'나 '사회복지과' 등 복지 관련 부서에서 업무를 총괄하는 곳은 141곳(61.6%)이었다. 나머지 88곳(38.4%)은 업무 성격이 맞지 않거나

  • 25.12.3011:00
    "뿌리 내린 나무에 봉분 흔적도 없어"…연락도 손길도 닿지 않는 '외톨이 묘지들'
    "뿌리 내린 나무에 봉분 흔적도 없어"…연락도 손길도 닿지 않는 '외톨이 묘지들'

    지난 10월2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 위치 서울시립 용미리 제1공원묘지. 우거진 잡초와 수풀 사이 '무연분묘로 의심되는바 연고자께선 신고해주시길 바란다'고 쓰인 노란색 안내 팻말이 꽂혀 있었다. 팻말 뒤쪽 묘지에는 나무가 뿌리를 내려 본래 형태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나뭇가지를 걷어내자 그제야 봉분의 흔적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수풀을 헤치고 올라간 다른 길목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팻말 뒤편에 있어야 할

  • 25.12.2907:30
    사망 4년만에 '쓰레기 더미'서 발견…그들은 죽어서도 못 떠났다
    사망 4년만에 '쓰레기 더미'서 발견…그들은 죽어서도 못 떠났다

    가족이나 친지 없이 홀로 생을 마감하는 무연고 사망자들이 세상을 완전히 떠나기까지 평균 21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연고 사망자가 급증함에 따라 화장 절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 데다 사망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시신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어서다. 사망 이후 방치되다 몇 년이 지나서야 백골 상태로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 29일 아시아경제가 최근 5년간 사망일과 화장일 파악이 가능한 전국 229개 지방자치

  • 25.12.2807:30
    "우리가 당신의 가족입니다"… 무연고자의 마지막 곁 지키는 천사들
    "우리가 당신의 가족입니다"… 무연고자의 마지막 곁 지키는 천사들

    "잘 걸어 다니시니 너무 좋네요. 혼자 아프지 마세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서울 청량리역 인근 다일복지재단의 요양보호시설 다일작은천국. 조미진 간호팀장은 복도에서 마주친 무연고자 민기동씨(82)에게 "치료 잘 받고 오셨냐. 아프면 참지 말고 꼭 말하라"며 웃었다. 군무원 출신인 민씨는 2015년 입소 후 약 10년간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가족으로 아내와 동생이 있지만,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민씨는 한 달 전 담석이 생

  • 25.12.3118:01
    양기대 "경기도 대중교통 무료화하겠다"
    양기대 "경기도 대중교통 무료화하겠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양기대 전 국회의원(12월 31일)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의 마지막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12월 18일 경기도지사 민주당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분이죠. 재선 광명시장을 지내고 국회의원을 지낸 양기대 전 의원님 어서 오세요.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양기대

  • 25.12.2612:13
    진중권 "이준석은 리틀 트럼프, 한동훈은 정치 감각 뛰어나"
    진중권 "이준석은 리틀 트럼프, 한동훈은 정치 감각 뛰어나"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진중권 동양대 교수(12월 23일)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진중권 동양대 교수 모시고 최근 정국 상황 관련해서 촌철살인 진 교수님의 비평 듣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진중권 : 예, 안녕하십니까. 소종섭 : 최근

  • 25.12.2309:51
    박원석 "대통령이 지방선거 판 중심에 떠오르고 있다"
    박원석 "대통령이 지방선거 판 중심에 떠오르고 있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12월 19일) 소종섭 :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수사'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한학자 총재의 전 비서실장도 조사했고, 전재수 전 장관도 소환 조사했습니다. 전체적인 수사 흐름, 또 향후의 전개 상황 어떻게 봅니까? 박원석 : 일단 공소시효 논란도 좀 의식하는 것 같고 일각에서

  • 25.12.1810:59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정부 부처 업무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국방부 보훈부 방사청 등의 업무 보고가 진행된다. 업무 보고가 생중계되는 것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보고가 이루어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이들이 말하는 '이재명 업무 스타일'은 어떤 것인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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