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을 빼곡히 채운 5만 신자들은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아픈 구석을 치유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희망했다.
전날 한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경기장에 당도, 수많은 군중의 환호를 받으며 경기장 내로 입장했다. 10분 뒤 시작돼 2시간 넘게 이어진 미사에서의 기도, 합창, 묵상에서 신자들은 교황과 함께 한 마음이 돼 소망을 외쳤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전국에서 대전으로 모아든 신자들은 이번 미사에 대한 벅찬 감동을 하나같이 드러냈다. 또한 방한한 교황에 대한 경외감을 피력함과 동시에 한국 사회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해남 우수영 성당을 다닌다는 50대 남성 김 건(세례명 미카엘)씨는 이날 밤 12시 반에 대전으로 출발해 새벽 4시께 행사장에 도착했다. 그는 "교황님이 오시는 자리니 빨리 오고 싶었다"며 "인근 지역인 진도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고에도 큰 아픔을 느끼다. 이번 미사가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격려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남만큼 먼 거제도에서 올라온 신자들도 만날 수 있었다. 양 노엘라(세례명, 50대)씨는 "가슴 벅차다. 이렇게 전국 교구와 성당의 신자들이 모인 곳에 온건 처음"이라며 "새벽 2시에 출발해 6시에 왔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남북 간에 서로 믿어주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원래 낮은곳으로 향하는 분이다. 이번 방한에서 소외계층을 위한 기도를 많이 해주시고 격려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사 이후 대전 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할 청소년들도 이곳 월드컵경기장 미사에 함께 참석했다. 강원도 원주의 한 고등학생인 김모 군은 "교황님의 모습을 직접 보는 게 어떨지 궁금했다"며 "정말 감동적"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같은 지역인 원주에서 온 홍영표(여·67·홍 세레나)씨도 "말도 못한다. 가슴 벅차다. 가톨릭 신자라는 긍지를 갖게 된다"며 "한국사회의 많은 갈등과 문제들이 모쪼록 이번 기회로 순조롭게 해결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대통령을 위해서도 기도드리고 우리나라가 평안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행사가 열리는 대전 신자들에게도 교황의 방한과 미사가 마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대전 법동에서 온 이은하(여·50)씨는 "떨리고, 좋고, 감동 그 자체"라며 "우리 사회 가슴 아픈 이들이 너무 많다. 한 사람 한사람 빠짐없이 치유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이어 그는 "어둡고 고통스러운 부분들에 교황의 빛이 전해져 희망이 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교황님께서 한국 땅에서 어두운면 만이 아닌, 밝고 좋은 모습들도 담아 가셔서 나중에도 한국을 떠올릴 때 기뻐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들은 신학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복무 중이다. 오는 11월 제대 예정이다. 이씨는 "아들이 교황을 본받아 사제의 길을 잘 걸어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관저동 주민이자 두 아들의 엄마인 남 모(40대 세레명 테아)씨는 "신자로써 이번 행사는 당연히 와야하는 거였다. 일생일대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하느님께 무척 감사드린다"고 기뻐했다. 남 씨는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아 행사장 내로 못들어 온 신자들도 많고, 신청 당일 하루이틀만에 좌석이 동이 났다고 들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도 오려고 했다. 교황님께서 기도하시는 것에 작은 기도를 더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도마동에 사는 김영희(여·60대)씨는 "행복하다. 교황님이 오셔서 마음에 정화가 된 느낌"이라며 "모쪼록 저희들을 위해 많은 봉사를 하셨으니 교황님의 이번 한국 방문이 편안한 여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부터 대전으로 몰려온 5만 신도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타나자 '비바 파파!(교황 만세)'를 외치며 우렁차게 환호했다.교황이 엄지손가락을 내민 캐리커처 그림이 그려진 손수건을 일제히 흔들며 행사장에선 파도타기가 이어졌다. 교황은 이에 화답하듯 드넓은 경기장 트랙을 모두 돌며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행사장 안팎에서 교황은 신자들의 손을 맞잡고, 어린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보였다. 이번 미사는 한국의 천주교 신자 대중과 처음 만나는 자리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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