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8월 9일과 10일 미얀마 네피도에서 개최되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잇따라 참석한다.
일본 외무대신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이 독도를 일본령이라고 표기한 방위백서를 발간하는 도발을 감행한 만큼 한·일 외무장관이 만날지는 미지수다. 옛 일본군 성노예(위안부)와 역사인식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두 나라 관계는 이제 루비콘 강을 지난 형국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윤 장관은 이번에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메콩우호국(FLM) 외교장관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총 5개 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회의에는 아세안과 아태 지역 국가들의 거의 모두 참석하는 만큼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비롯한 우리의 대북 외교·경제정책 등을 설명하기 위한 좋은 자리가 될 전망이다. 특히 10일 열리는 ARF는 ASEAN 10개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과 ASEAN 대화상대국 10개국(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인도, EU의장국), 기타 7개국(몽골, 파푸아뉴기니, 북한, 스리랑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동티모르) 등 총 27개국이 회원국으로 있다.
ARF회의에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대신, 리수용 북한 외무대신이 참가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후이모 일본 외무대신은 리수용 외무상과 비공식으로 접촉해 납치 피해자 재조사에 전력을 다하도록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은 이번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아세안과 관련 회의체 회원국과 협력 강화 의지를 표명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회원국 간 협조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윤 장관은 특히 이번에 미국과 중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과 양자회담을 갖고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외교부의 북미국장과 동북아국장, 동남아국장 등 다수의 고위 관리들이 윤 장관을 수행한다.
초미의 관심사는 윤장관이 ARF 회의에서 북한 리수용 외무상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대신과 회담을 가질지 여부다. 이 가운데 한일 장관회담과 관련해서는 5일 일본의 방위백서 발간은 새로운 걸림돌로 떠올랐다.
우리 고유 영토를 일본 땅으로 표기한 도발을 감행했는데 외교 장관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만난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 용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도 5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지속하는 한 한일관계 개선의 길은 멀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노 대변인은 한일 외무장관 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윤 장관은 그러나 아세안과 중국, 한국, 일본이 함께 참가하는 아세안+3 회의에는 참석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비공식 접촉을 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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