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박동창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이 지난해 말 본인에게 내려진 징계가 부당하다며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결국 패소했다.
금융권에선 이번 판결이 금감원의 징계를 앞둔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반면 감사원을 비롯한 외부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금감원에겐 한껏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일 박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이 지난해 말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조치요구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금감원이 박 전 부사장에게 내린 중징계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박 전 부사장에게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KB금융지주의 ING생명보험 인수가 이사회의 반대로 좌절되자 박 전 부사장이 대외유출이 금지된 '2012년 이사회 안건자료' 등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미국의 주총 안건 분석기관인 'ISS'에 제공했다는 혐의다. 이 일로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에게도 주의적 경고가 내려졌다.
하지만 박 전 부사장은 금감원의 징계에 대해 "회사 내부 행동기준이나 윤리강령 조항을 어긴 게 없는데 중징계 결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금감원장을 상대로 징계요구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난 1일 열린 판결에서 "금감원의 징계조치 요구가 원칙에서 어긋나지 않는다"며 금감원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권에선 이번 판결을 오는 14일 열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와 연결해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날 제재심의에서 임영록 KB금융 회장, 이건호 국민은행장 두 수장에게 사전 통보된 대로 문책경고 수준의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이들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실제 소송을 제기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판결에서 보듯 '행정절차에 어긋난 징계' 등 절차상 하자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소송을 통해 금감원의 징계를 뒤집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섣불리 소송을 제기할 경우 KB금융의 이미지만 실추할 뿐 실익이 전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감사원의 태클, 정치권에서의 로비 등 KB 두 수장의 징계와 관련해 크고작은 압력을 받아 온 금감원 입장에선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은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징계를 내리는 것이니 만큼 소송으로 이어진다 해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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