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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소 사무처장, 한편의 시같은 고별사 남기고 서울시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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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소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27일 서울시 떠나면서 '애별이고'란 고별사 보내 눈길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행정고시에 합격해 30년간 인생을 불살랐던 서울시 권혁소 시의회사무처장(1급)이 '愛別離苦'란 제목으로 한편의 시 같은 고별사를 남기고 홀연히 떠나 애잔한 감정을 지을 수 없게 한다.


권 처장은 27일 만남과 헤어짐이 결코 둘이 아니건만 자꾸 뒤돌아보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회한이 있어서도 아니요 서러운 님이 있어서도 아니라고 고별사 운을 뗀다.

권혁소 사무처장, 한편의 시같은 고별사 남기고 서울시 떠나  권혁소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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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러면서 몇 개월 전부터 닥쳐올 상황이 예견됐기에 삼십년 삶의 터전을 설령 떠난다 하더라도 마음의 동요는 오히려 동료들에게 사치로 보일 우려 때문에 애써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했지만 정작 떠라려니 잘 되지 않는다는 솔직한 심정을 내비춰 애잔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러한 내면의 의지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며칠이나마 불면의 밤을 보낸 어쩔 수 없는 범부가 됐다며 스스로 평범한 사람이었음을 고백했다.

돌이켜보면 삶의 대부분을 잡히지 않는 그림자를 잡으려고, 금방 사라져버리는 거품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이루지 못할 꿈을 좇아 지내온 끝없는 헐떡거림의 연속이었지 않나 싶다고 그동안 회한을 내보였다.


권 처장은 "그 동안 그 많은 시행착오와 실수 그리고 비록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가족을 포함한 뭇사람들에게 가한 아픈 상처들, 그것은 대부분 제자신의 욕심과 부주의와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었기에 이제는 진정 내 자신으로부터 용서받고 싶다"면서 용서를 빌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혹시라도 저로 인해 마음이 상하셨거나 상처를 받으셨다면 절대 용서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앞으로 제가 두고두고 갚아야 하거나 지고가야 할 짐이기 때문이며, 그 짐들을 저는, 앞으로 제 삶의 벗으로 삼아 살아갈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제2의 인생 길을 떠났다.


권 처장은 서울시 경제진흥실장, 시의회 사무처장 등 주요 요직을 마치고 이날 이별을 고했다.


----------------------------


愛 別 離 苦


권 혁 소



가고 옴, 만남과 헤어짐이 결코 둘이 아니건만(不二)
이렇게도 자꾸 뒤돌아보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못 다한 회한이 있어서도 아니요
헤어지기 못내 서러운
님이 있어서도 아닙니다.
단지 지금까지의 제 삶이
이곳을 떠나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몇 개월 전부터,
닥쳐올 상황이 예견되었기에,
그리고 평소 삶의 한 모퉁이 신조가
집착에서 벗어나 바람처럼 자유자재한 삶이었고,

또한, 삼십년 삶의 터전을 설령 떠난다 하더라도,
마음의 동요는 오히려 동료들에게 사치로 보일 우려 때문에,
애써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내면의 의지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며칠이나마 불면의 밤을 보낸
어쩔 수 없는 범부가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삶의 대부분을, 잡히지 않는 그림자를 잡으려고,
금방 사라져버리는 거품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이루지 못할 꿈을 좇아 지내온
끝없는 헐떡거림의 연속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부질없는 짓임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발버둥친 시간들을 추억으로만 돌리기에는
너무 아쉬운 미련과 집착이 남아서
지나간 일들을 곱씹어 보고 회한에 잠기곤 합니다.

그 동안 그 많은 시행착오와 실수
그리고 비록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가족을 포함한 뭇사람들에게 가한 아픈 상처들,
그것은 대부분 제자신의 욕심과 부주의와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었기에
이제는 진정 내 자신으로부터 용서받고 싶습니다.

그러나, 여러분께서는 혹시라도 저로 인해
마음이 상하셨거나 상처를 받으셨다면
절대 용서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앞으로 제가 두고두고 갚아야 하거나
지고가야 할 짐이기 때문이며,
그 짐들을 저는, 앞으로 제 삶의 벗으로 삼아 살아갈 것입니다.

못다 핀 꽃 한 송이가 된 채로
남은 삶을 회한으로 살고 싶지 않아 버둥대던 모습들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모든 짐을 내려놓자고 되돌아 본 순간,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짐을 져보지도 않았으면서
혼자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있는 양 끙끙 거렸던 모습들이
참으로 부끄럽기만 합니다.

예정되어 있지 않은 앞으로의 삶에
약간의 두려움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은,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다해 치열하게 살아왔거나
삶에 지쳐서가 아니라,

순리에 따라 아이처럼 단순하게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아보고픈
또 하나의 집착과 욕망 때문일 것입니다.


많은 선배들이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몸담았던 조직, 그것이 사기업이든 서울시이든,
그곳을 떠나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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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얼마나 작은 것에 집착하면서
그곳이 삶의 전부인양 착각하며 살았는지를
깨닫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내가 믿고 의지하고 존경하며 부대꼈던 많은 동료와 후배,
짝사랑했던 마음속 연인들이 여전히 있는 곳,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젊음을 함께 했고,
나의 유전자에 이중나선으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이 곳 ,

우리가 주인이라고 했든, 고객이라고 했든,
그들 시민들이 그래도 의지하고 호소하고 나무라는 마지막 공간,
이곳이 그들의 마지막 희망이고 보루이며
우리가 몸 바쳐 가꾸어 나가야 할
소명의 그 곳이라는 믿음을
결코 버리지 않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자정리의 아픈 마음을,
이형기 시인의 “낙화”를 생각하거나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이름으로 위로하지 않으려 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고 모두 건강하십시오.



권 혁 소 두손 모음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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