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미국 인사들이 잇따라 방문해 러시아와 일본에 대한 미국 정책에 대해 협조를 요청하거나 요청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고민의 골도 깊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은 말레이시아항공여객기 피격 사건으로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강화가 예상되고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후속조치로 국내법 절차가 추진될 예정인 가운데 미국 국무부의 제임스 줌월트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가 방한한 데 이어 피터 해럴 제재담당 부차관보가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28일 "해럴 부차관보가 오늘 한국을 방문해 29일 우리 측 당국자 등을 만나 이란과 러시아 제재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럴 부차관보는 29일 오전 우리 측 인사들과 만나 미국을 포함한 주요 6개국(P5+1)과 이란이 최근 핵협상 타결 시한을 4개월 연장한 데 따른 원유 수출 대금의 추가 동결 해제 등 제재와 관련한 사항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란과 진행해온 핵협상 경과와 진전 사항 등을 우리 측에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럴 부차관보는 또 러시아 문제와 관련, 우크라이나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여객기피격 사건에 대해서도 관련국이 제재 등 공조를 해야 한다는 방침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외교채널을 통해 자국의 대러시아 제재 내용을 설명하고 우리 측에도 동참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럴 부차관보는 이번 방한에서 여객기 피격 이전인 지난 16일 러시아의 주요 에너지·방위산업체 등에 대해 추가로 부과한 미국의 독자 제재를 우리 측에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일단 여객기 피격 사건과 관련해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과 긴밀한 협의를 계속하지만 제재 참여 여부 등에는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요 7개국(G7) 등과 달리 우리나라가 직접 관여된 사항도 없고 북핵 문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러시아와의 협력 문제 등도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줌월트 부차관보가 방한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한국의 협조를 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줌월트 부차관보는 일본 방문 결과를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 문승현 북미국장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관계자에게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줌월트 부차관보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해 우리 측의 협조를 구했고 우리 측은 "투명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미일 방위지침(가이드라인) 개정 때 한국 정부의 입장이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적극 관여해 우리의 국익을 지키겠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는 해석 개헌 후속으로 국내법을 수정하고 가이드라인도 연말까지 개정할 계획이어서 한국 정부의 의견이 반영될지가 관심사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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