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구 현대건설 우승 이끌어…팀 내 최다 29득점 MVP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꽃사슴'이 돌아왔다.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의 공격수 황연주(28)가 27일 끝난 2014 안산ㆍ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황연주는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여자부 결승에서 팀내 최다인 29점을 기록하며 현대건설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현대건설은 컵 대회 원년인 2006년 이후 8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지난 3월 31일 황현주 감독(48)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양철호 감독(39)도 데뷔 무대에서 우승컵을 따내는 감격을 누렸다. 2013~2014 V리그 우승팀를 상대로.
황연주는 MVP 투표에서 기자단 총 스물여덟 표 가운데 기권 세 표를 뺀 스물다섯 표를 독식했다. 2011년 도로공사의 김선영(24) 이후 역대 두 번째 만장일치다. 컵 대회에서 최고의 활약을 인정받은 황연주는 2010~2011시즌 정규리그ㆍ챔피언결정전과 2010-2011년 올스타전을 포함, 프로배구에서 받을 수 있는 MVP상을 모두 휩쓸었다. 정대영(33ㆍ도로공사)에 이은 두 번째 'MVP 그랜드슬램'이다. 황연주는 "컵 대회 첫 MVP다. 모든 대회에서 상을 받아 퍼즐을 완성했다. 자신감을 되찾은 계기였다. 정말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차해원 GS칼텍스 수석코치(53)는 결승전을 앞두고 "대표팀에 가야할 선수가 여기에 있다"며 황연주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차 코치의 평가대로 황연주는 대회 기간 압도적인 활약을 했다. 20일 KGC인삼공사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무려 41점을 올리며 3-1 승리를 책임졌다. 2010년 8월 31일 김연경(26)이 흥국생명 소속으로 도로공사와의 준결승전서 기록한 38점을 뛰어넘은 여자부 컵 대회 한 경기 최다득점이다. 결승전을 포함한 네 경기 모두 양 팀 최다득점 기록을 세우는 등 총 127점을 성공시켰다.
황연주에게는 이번 컵 대회가 책임감과 동시에 자존심 회복이 필요한 무대였다. 대회 규정상 외국인 선수가 뛸 수 없고, 팀 내 간판인 센터 양효진(25)이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출전으로 대표팀에 차출됐다. 주축 선수 가운데 한 명인 센터 김수지(27)마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양 감독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황연주가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기대했다.
황연주의 최근 성적은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시즌 퀵오픈 1위를 제외하고는 공격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최근 2년 동안 공격 비중도 양효진에 밀리는 등 입지가 좁아졌다. 2005년부터 부동의 오른쪽 공격수로 활약하던 국가대표 자리도 2012년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한동안 인연이 없었다. 2010~2011시즌 황연주를 영입하고 첫 통합우승에 성공한 현대건설은 공교롭게도 그의 부진과 나란히 내리막을 걷다 지난 시즌에는 5위에 머물러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황연주가 제 모습을 되찾은 계기는 비시즌 동안 힘을 기울인 체력 훈련이다. 그는 2007년 5월 왼무릎 연골, 이듬해 5월 양쪽 무릎 연골 절제수술을 받은 뒤 근력과 점프력이 줄었다. 겨울시즌이 끝난 3월 이후 3개월 동안 동료들보다 두 배 이상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그는 "웨이트는 정말 하기 싫은 훈련이지만 한 번 더 하면 1년 더 배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고백했다. 노력의 결과는 기록으로 나타났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13.91%에 머문 그의 공격 점유율은 컵 대회를 통해 44.19%까지 올라갔다. 공격 성공률은 40.15%(110/274개)에 달했고 이중 오픈 공격 성공률은 36.6%(44/120개)였다. 주목할 내용은 후위공격을 활발히 시도해 성공률 31.7%(24/77개)을 기록한 점이다.
현대건설의 양철호 감독은 외국인 선수와 양효진이 합류하는 V-리그에서도 황연주의 공격력을 활용할 계획이다. 황연주는 외국인 선수가 공격을 주도하는 V리그에서 상대적으로 서브리시브와 수비 부담이 늘었다. 양 감독은 황연주가 공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동료에게 서브리시브와 수비를 분담시키는 새 포메이션을 구상하고 있다. 황연주는 "컵 대회 보다 비중은 줄겠지만 팀에 보탬이 되려면 공격 쪽을 항상 신경 써야한다"면서 "기회가 온다면 후위공격도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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