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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영화]대참사 이후, 다시 '가족'을 이야기한다…'동경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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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야스지로의 '동경이야기' 60여년만에 재해석한 작품

[주말엔 영화]대참사 이후, 다시 '가족'을 이야기한다…'동경가족' 영화 '동경가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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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오즈 야스지로(1903~1963)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동경 이야기(1953)'는 도쿄에 사는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길 떠난 노부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자식들을 만날 생각에 설렜던 것도 잠시, 의사인 첫째 아들은 찾아오는 환자들로 바쁘고 미용실을 운영하는 둘째 딸 역시 자신의 가정을 꾸리느라 바쁘기만 하다. 정작 노부부에게 시간을 내준 것은 죽은 셋째아들의 아내 노리코다. 영화는 도쿄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부부의 동선을 느릿느릿 따라가는 듯 보이지만, 낮은 위치의 카메라는 전후 일본 사회의 풍경과 가느다란 끈만 남은 가족의 모습을 날카롭고도 담담하게 담아냈다.

그리고 60여년이 지났다.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와 '황혼의 사무라이', '엄마', '남동생' 등의 작품을 내놓은 일본 대표 감독 야마다 요지가 자신의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동경 이야기'를 재해석한 '동경가족'을 내놓았다. 작품은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받았으며,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넷팩상을 받았다. 야마다 요지 감독은 "오즈 야스지로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기분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우여곡절도 겪어야 했다. 2011년 4월1일 크랭크인을 20여일 앞두고 3.11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졌다. 크나큰 재해는 일본 사회를 휘청이게 했고, 3.11 이후의 일본은 이전의 일본이 아니었다. 야마다 요지 감독은 우선 영화 제작을 연기하며, 새롭게 각본을 썼다. "오래도록 이어졌던 불황에 이어 크나큰 재해를 경험한 뒤, 새로운 길도 찾지 못한 채 고뇌하고 있는 현재의 일본"을 담기 위해 1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실제로 영화 곳곳에선 3.11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노부부의 한 지인은 3.11 사태로 부모가 실종됐고, 막내아들 쇼지는 대지진 피해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여자친구 노리코를 만나게 된다. 영화는 현재 일본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피해가지 않고 보듬어가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히라야마가 친구와 술자리를 하던 중 "어딘가 이 나라는 잘못돼가고 있다"고 한탄하는 대사나, 할머니가 손주를 바라보며 "어린 나이에 벌써 포기한다"고 안타까워하는 대사는 쉽게 지나칠 수 없다.


[주말엔 영화]대참사 이후, 다시 '가족'을 이야기한다…'동경가족' 영화 '동경가족' 중에서


줄거리는 '동경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으로 진행된다. 작은 섬에 살고 있는 히라야마 부부(하시즈메 이사오, 요시유키 카즈코)가 도쿄에 머무르게 되면서 겪는 일들을 다룬다. 의사인 큰 아들은 바쁘기만 하고, 미용실을 운영하는 딸은 부모님의 방문을 부담스러워한다. 원작과 달리 막내 아들(츠마부키 사토시)과 그의 여자친구(아오이 유우)가 부모님과 기꺼이 시간을 내는 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히라야마 부인이 쓰러지면서 이 가족에게 위기가 닥친다.


한 가족의 이야기가 시대를 넘어서도 보편성을 갖는 까닭은 영화의 장면 장면이 우리네 가족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찾아오는 부모님의 모습이나, '밥 먹고 사는 문제'를 두고 아버지와 아들의 가치관이 대립하는 장면, 큰 돈을 쓰는 것만으로 효도를 했다고 생각하는 자식들의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 누구 하나 비난하지 않는다. 자식들에 대한 불평이나 원망없이 상황을 이해해주는 부모의 모습이 그래서 더 큰 슬픔과 뭉클함으로 다가온다.


감독은 "'동경가족'은 현재를 그리는 영화기 때문에 지금의 일본인의 모습과 가족의 모습이 표현됐으면 한다"며 "지진 전후로 일본인의 사고방식은 크게 달라졌다. 스태프들과 배우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진의 문제를 마음에 담고 참여한다면 그 정서가 표현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참사를 겪고 난 후 다시 새기게 된 가족의 의미, 비단 일본 사회에만 던지는 메시지는 아닐 것이다. 31일 개봉.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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