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감독 작품..한국 자체 기술 최초 3D 풀 영화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영화 '미스터 고'의 고릴라 '링링'은 캐릭터가 생겨났을 때부터 줄곧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킹콩'의 킹콩이나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시저와 비교 당하곤 했다. 인간과 가장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이들 영장류는 영화 속에서 인간과 맞서 싸우고,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과 친구가 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상대적으로 동물 가운데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야생의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고릴라 캐릭터의 매력일 것이다. 그리고 이 매력은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했느냐에 따라 관객의 설득을 얻는다.
한국영화 최초의 풀 3D영화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 '미스터 고'는 주인공 고릴라 '링링'을 100% CG작업으로 만들어냈다. 자체 우리 기술로, 이 캐릭터에만 총 제작비 225억원 중 120억원이 투입됐다. 아예 김용화 감독은 CG작업을 위해 회사 덱스터디지털을 사재를 털어 차리기도 했다. 이렇게 탄생된 영화 속 '링링'의 활약은 놀랍다. 방망이를 휘둘러 날아오는 공이란 공은 족족 홈런으로 만들고, 생전 처음 먹어 본 김치의 매운 맛에 정신을 잃기도 하고, 술에 취해 뒤뚱거리기도 한다. 표정도 다양하다. 특히 15세 소녀 '웨이웨이(서교)'에 대한 리액션은 어느 '사람' 연기자 못지않다.
무엇보다 80만개의 털로 둘러쌓인 '링링'의 모습은 이물감없이 자연스럽고, 또 흥미롭다. 영화는 주인공의 미세한 털의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음으로써 사실감을 더한다. 배우들과의 연기호흡도 좋다. 때문에 많은 부분 '미스터 고'의 재미는 '링링'에게 의존한다. '야구'와 '고릴라'라는 두 흥미 요인이 만났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는 얘기다. 1985년에 나와 인기를 끌었던 허영만 화백의 '제7구단'이라는 든든한 원작이 있긴 하지만, 만화로 그려낸 것을 영상으로 구현해냈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미스터 고'는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 그의 15세 매니저 '웨이웨이'와 함께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 데뷔해 슈퍼스타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추신수, 류현진 등 국내외 야구스타들이 카메오로 출연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웨이웨이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겨놓은 빚으로 사채업자들에게 쫓기게 되는데, 돈만 아는 야구 에이전트 성충수(성동일)의 제안으로 한국 야구단에 입단하게 된다. '고릴라를 야구 선수로 받아들이냐 말 것이냐' 초유의 상황을 두고 야구계는 술렁인다. 우여곡절 끝에 야구 선수로 활동하게 된 '링링'은 홈런선수로 국민적인 관심과 인기를 받지만 곧 위기에 처한다.
내용은 다소 신파적이고 헐겁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감동코드는 여전하지만, 후반부에 웨이웨이와 성충수의 마음의 변화는 충분히 공감하기 힘든 구석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볼거리와 곳곳에서 터지는 유머코드, 착한 이야기 등으로 올 여름 최고의 가족영화로 손색이 없다. (그리고 영화 '미스터 고'의 최고 수혜주는 두산 베어스가 아닐까 싶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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