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SK그룹 횡령 사건’ 공범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원홍씨(53)가 항소심에서 더 높은 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2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최태원 SK 회장 형제 등에 대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범행 전반에 깊숙이 관여했다”며 “횡령을 주도해놓고도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1심에 이어 항소심 공판과정에서도 이 사건은 자신과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간 개인적인 금전거래일뿐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만에서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았을 이유가 없다. 피고인은 수사와 재판을 피하려 일부러 출국했고 돌아오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면서 “대만에 있으면서 관련사건을 파악하고 관련자들에게 대응방안을 제시하며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 등이 무죄를 주장하며 내놓은 카드인 사건 관련자들 간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에 대해서도 “이 사건 수사가 개시된 시점에 녹음된 점, 대화의 일부분만 편집돼 녹취된 점, 피고인이 대화를 주도하는 걸 넘어 (최 회장 형제에게 유리한) 답변을 유도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최 회장 형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의 하나로 (만들어졌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날 김씨는 선고공판이 시작되자 몸을 틀어 앉아 재판장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재판부가 유무죄 판단을 설명하자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떨궜다.
앞서 김씨는 최태원 회장 등과 짜고 SK그룹 주요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선물옵션 투자금 명목으로 빼돌려 운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돌연 해외로 출국해 들어오지 않다가 최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하루 앞두고 국내로 송환돼 ‘기획입국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최태원 SK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은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의 형을 확정받고 수감 중이다. 김준홍 전 대표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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