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기사 김동수씨 사과에 법정 숙연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끝까지 침몰하는 배를 지키지 못하고 더 많은 승객을 구하지 못한 채 빠져나와 죄송합니다."
23일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화물차 기사 김동수(49)씨의 사과에 법정이 숙연해졌다. 이날 법정에선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선장 이준석(68)씨 등 선원 15명에 대한 5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날 검찰이 재판정에서 공개한 동영상과 사진에는 침몰 사고 당시 김씨가 필사적으로 승객들을 구조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선체가 거의 물에 잠겨 해경 구조정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소방호스를 의자와 자신의 몸에 묶어 학생들을 끌어올렸다.
영상을 보던 검사가 "본인도 위험한 상황인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씨는 "제 딸이 고등학교 2학년인데 당시 딸 같은 학생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승객들을 구조했다"고 답했다. 도리어 그는 "7살 아이도 있고 나이 든 승객도 있고 구조할 사람은 너무 많았지만 배가 생각보다 빨리 침몰하는 바람에 구조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이 선장 및 선원들에게는 "옆에서 누군가 도와줘서 (아이들에게) 나오라고만 했어도 이렇게 큰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빨리 탈출하라고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사고 후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참사 이후 버스를 타고 밖에서 걸어가는 학생들을 보면 차가운 물에 가라앉은 학생들 생각에 괴롭다. 뜨거운 물(목욕탕)에도 들어갈 수 없다"고 호소했다.
임 부장판사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도망가지 않고 목숨을 구하려는 모습이 승무원들과는 대조된다. 승객들을 구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용감하고 책임감 있는 분 같다"며 "많은 사람을 구했다는 자부심을 가져달라.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경의를 표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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