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배당여력, 생각보다 크지 않아
사내유보금에 대한 편견 버려야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정부 2기 경제팀이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등 적극적인 배당 확대 유도정책을 검토하면서 배당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화투자증권에서는 배당 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업종별 기업들의 배당여력을 먼저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2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당확대는 한국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평가를 해소시키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지금 당장 기업들의 배당확대가 가능한지부터 살펴야한다"며 "사내유보금에 대한 오해로 기업들이 엄청난 자금을 쌓아놓고도 풀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제 기업들의 배당여력은 크지않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사내유보금의 개념은 기업이 당장 시설투자나 배당확대에 쓸 수 있도록 별도로 모아둔 현금성 자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설투자된 자금이나 담보, 부채, 부동산 등을 모두 통틀어 일컫는 개념"이라며 "사내유보금은 현재 업황과 상관없이 기업이 역사가 오래될수록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배당확대를 실시하라고 종용하기보다는 실제 기업들의 배당여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을 먼저 살펴야한다"고 지적했다.
잉여현금흐름을 통한 기업들의 배당여력을 살펴보면 통신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배당여력이 낮다는 분석이다. 박 팀장은 "보통 시장에서 IT업종 기업들과 필수소비재 업종 기업들의 배당확대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들 업종은 잉여현금 축적이 경기상황에 따라 매우 불안정한 특성을 가진다"며 "2010년 이후 경기부진 속에 대부분 업종에서 잉여현금이 축적되지 못하고 있으며 통신분야만이 유일하게 잉여축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배당확대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삼성전자와 현대모비스 등 잉여현금흐름이 좋으면서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들이 소수 존재하며 이들 기업들의 경우에는 정부 정책에 따라 배당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몇몇 기업의 배당확대로 배당주 투자가 당장 큰 이익을 불러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장기투자보다는 치고빠지는 식의 초단기 투자가 많은 한국 증시에서 장기투자인 배당주 투자를 기대하기 힘들고 기업들도 상황따라 곧장 나가버리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쉽게 배당을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배당확대를 정책으로 강제한다고 해도 기대에 비해 실효성이 낮을 것이며 배당확대를 유도하려면 기업, 투자자, 시장 전반의 배당문화가 바뀌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증시에서 상대적으로 잉여현금 축적이 잘 되고 배당성향이 높아 배당주 투자로 고려해볼만한 종목으로는 한국쉘석유, 신도리코, 에스원, KT&G, 퍼시스, 자화전자, 빙그레, SK텔레콤, KPX케미칼, 유한양행 등 10개사를 추천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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