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CEO는 뭐하시나

삼계탕 셰프' 변신도...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보양식 먹고 힘내세요.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은 여러분입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수트를 벗고 셰프로 변신했다. 1년 중 가장 덥다는 '삼복(三伏)' 중 첫 번째 날인 초복(初伏)을 맞아 기업의 자산인 임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더위가 극에 달하면 능률이 떨어지고 사소한 일에도 불만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보양식으로 심신을 달래고 기운을 북돋아주겠다는 복안이다.

18일 이강훈 오뚜기 대표이사는 카레 1등 회사답게 카레를 활용한 '카레삼계탕'을 직원들에게 제공했다. 국내 시장에서 오뚜기 카레가 8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지만 카레 수요 증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자는 숨은 의지가 담겨있다. 당연히 직원들의 노고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강신호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도 비지땀을 흘리는 직원들을 위해 삼계탕, 반계탕, 닭죽 등을 제공하고 전국 300여개 급식장에 6만여 명 분의 삼계탕을 쐈다. 강 대표는 "복날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직장인들이 보양식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며 "중복과 말복에도 각각 닭을 활용한 튀김과 죽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역시 전직원에게 원기회복과 입맛을 돋우는데 탁월한 '한뿌리' 홍삼음료를 제공했다. "음료가 얼마나 하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원물을 통째로 갉아 넣은 한뿌리는 웬만한 삼계탕 가격과 맞먹는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G20 비즈니스 서밋(B20)' 참석으로 직원들과 복날을 함께하지 못하지만 고열 작업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반계탕을 제공하도록 당부했다.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챙기고자 노인정, 쪽방촌으로 달려간 CEO들도 있다.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이사는 임직원들과 함께 종로쪽방상담소를 방문, 훈훈한 풍경을 연출했다. 2억원 상당의 여름속옷과 티셔츠를 전달하는 등 본점과 아울렛서울역점, 영등포점, 청량리점에서 다양한 나눔 사랑을 실천했다. 신 이사장은 "쪽방촌 지원 사업이 일시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CEO들이 무더위로 고생하는 직원들의 기(氣)를 살리고자 소통경영을 펼치는 모습"이라며 "직원이 곧 회사의 경쟁력인 만큼 CEO의 이 같은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