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말레이시아항공의 보잉777 여객기 피격으로 미국ㆍ유럽 증시에서 주가가 하락하고 금ㆍ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 가격이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94% 떨어진 1만6976.8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18% 내려 1958.12에 마감했고, 나스닥지수는 1.41% 하락해 4363.45을 기록했다.
모스크바 증시의 MICEX 지수는 이날 2.31% 급락해 1440.63에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0.68% 떨어졌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1.07%,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21% 밀렸다.
루블 가치가 떨어져 달러당 루블 환율은 전날보다 2.19% 높은 35.168을 기록했다. 반면 금 선물은 이날 1.5% 상승해 온스당 1317달러에 거래됐다. 또 미국 국채에 매수세가 몰려 10년물 수익률이 2.482%로 떨어지면서 올해 저점인 2.438%에 근접했다.
뉴욕 소재 분데리히 증권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 전략가는 "시장이 싫어하는 지정학적 불안이 불거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충격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15분(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의 MH17편 여객기가 우크라이나에서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다.
이 여객기는 오후 5시25분께 러시아 영공에 진입할 예정이었으나 러시아 접경을 60㎞ 남겨두고 격추돼 도네츠크주의 샤흐툐르스크 인근에 떨어졌다.
승객 283명과 승무원 15명 등 탑승한 298명이 모두 사망했다고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 안톤 게라셴코는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승객 중 네덜란드인이 154명이었고 호주인 27명, 말레이시아인 23명, 인도네시아인 11명, 영국 독일 벨기에 국적 승객이 각 3~6명 탑승했다고 밝혔다. 승무원 15명은 모두 말레이시아인이었다. 국적이 확인되지 않은 47명에는 미국인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승객이 탑승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여객기가 격추된 도네츠크주는 친러시아 세력이 분리독립을 선언하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반군은 서로 상대방이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대표 등이 참여하는 사고 조사위원회를 꾸릴 것을 제안했다. 반군은 사고 수습 및 조사를 위해 일시 휴전을 하고 국제조사단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추락했다는 보도에 충격을 받았다"며 "즉시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고로 도네츠크주 상공 운항에 비상이 걸렸다. 독일 루프트한자와 영국 브리티시항공, 프랑스 에어프랑스, 러시아 트랜스에어로 등 항공사들은 MH17편이 격추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지나는 항로를 우회한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의 국적 항공사인 말레이시아항공은 4개월만에 대형 사고에 휘말리면서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쿠알라룸프르를 출발한 말레이시아항공의 베이징 행 MH370편이 인도양에 추락해 탑승 인원 239명과 함께 실종됐다.
백우진 국제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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