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5시간 30분 마라톤 협상중 2시간 30분 동안 재차 사과만 요구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전자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간 보상협상이 삼성측의 사과 내용 및 규모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협상단 선보상과 일괄보상을 놓고도 양측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해 16일 반올림측과 4번째 대화에 나섰다. 장장 5시간 30분동안의 마라톤 협상이 이어졌지만 양측 모두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이날 삼성전자측은 반올림측의 여러가지 요구사안 중 가장 먼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피해자측의 보상안을 먼저 해결한 뒤 하나씩 실타래를 풀어가자는 입장을 밝혔지만 반올림측은 협상이 시작된 뒤 2시간 30분 동안 재차 사과를 요구하며 지리한 공방을 벌였다.
협상이 시작된 뒤 반올림측은 삼성전자의 제대로 된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 놓았다. 반올림측은 삼성전자가 백혈병 문제와 관련한 모든 사안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반올림측 황상기 씨는 "지난 3차 교섭때 삼성측에 사과를 준비하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서 "오늘 협상과정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고 이 때문에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제대로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측은 반올림과의 대화를 시작하기 전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가 공식 성명을 통해 사과했으며 협상단 대표인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과 협상단 실무 대표인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가 협상 시작과 함께 사과한 바 있다.
이미 3차례에 걸쳐 사과를 한 만큼 반올림측이 사과의 진정성 문제에 대해 거론하자 당혹감을 표명했다.
양측은 사과 문제의 경우 추후 논의키로 하고 피해자 보상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이 역시 의견이 달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삼성전자측은 우선 한달내로 협상단에 참여하고 있는 발병자와 가족 8명에 대한 보상을 먼저 논의한 뒤 그 외 제보자들로 확대,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보상기준을 만들기 위한 보상위원회를 설립하자는 제안도 다시 한번 했다.
반올림측은 그러나 보상위원회 제안을 거부했다. 8명에 대한 보상을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재해 보상 신청을 한 전원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공유정옥 반올림측 간사는 "보상위원회를 만들고 협의하느라 긴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지금 드러나 있는 피해자들을 신속하게 보상하는게 나을 것"이라며 "(반올림측과) 직접 교섭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백 전무는 "산재보상을 신청한 모든 사람들에게 보상하라는 것이 반올림측의 요구사항"이라며 "산재 신청 사실만으로 보상을 할 수는 없는 만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을 위해 보상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다시 한번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보상위원회 설치 문제가 교착상태에 이르자 양측은 재발방지책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전자측은 독립적, 전문적인 제3의 기구를 통해 종합진단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반올림측은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의 공개를 비롯한 요구안을 충실히 지키지 않을 경우 재발방지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맞섰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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