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무기중개상 및 현역 군인 4명 구속 기소…신분 감추려 쌍둥이 형까지 동원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방위력 개선사업 관련 군사기밀을 빼내 국내외 업체 수십 곳에 누설한 무기중개인이 적발됐다.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군사기밀을 건네 준 현역 군인과 예비역 중령 등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현철)는 2·3급 군사기밀 31건을 수집해 국내외 방산업체 25곳에 넘긴 혐의(군사기밀보호법위반·뇌물공여)로 무기중개상 김모(51)씨와 범행을 공모한 예비역 해군대위 염모(41)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김씨로부터 향응을 제공 받고 군 기밀을 유출한 현역 공군중령 박모(46)씨와 육군소령 조모(45)씨도 군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8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현역장교 등으로부터 2급 군사기밀로 분류된 차기호위함(FFX) 전력추진과 육해공 군사전력 전반에 걸친 3급 군사기밀 30건을 수집해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15개 방위력 개선사업과 관련한 자료를 통째로 복사한 뒤 직접 주고받거나 카카오톡과 이메일 등을 활용하는 대담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쌍둥이 형의 신분증을 이용해 해외를 드나들고 군 관련 시설에까지 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박씨와 조씨를 비롯 영관급 현역 장교들에게 고급 유흥업소에서 수시로 향응을 제공하며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들에게 고가의 악기를 선물하거나 회식비 명목으로 체크카드를 지급하기도 했다. 또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여직원을 고용한 뒤 현역 장교들과 스키장, 등산을 함께 다니게하고 저녁 자리에 참석시키기도 했다.
검찰은 김씨가 해외 방산업체 T사 등과 10여년간 무기중개를 해오면서 관련 업체들로부터 54억원 상당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유출된 군사기밀에 비해 뇌물 금액이 적은 것은 주요기밀 누설이 최근에 이뤄져 아직 계약체결 수수료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장기간 거래해 온 점을 감안해 자금 흐름 등에 대해 계속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군사기밀을 수집해 김씨에게 넘긴 공군중령 출신 K사 컨설턴트 정모(59)씨와 H사 방산사업본부 부장 신모(48)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에게 신분증을 빌려 준 쌍둥이 형은 여권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군사기밀 유출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국군기무사령부와 공조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고 군과 민간업체 등 25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군사기밀이 무더기로 유출된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며 "추가 비밀유포 가능성을 고려해 원본 자체를 압수했고 군사 기밀을 제공받은 국내외 방산업체를 상대로 추가 수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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