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완공한 인천 '동북아무역센터' 현장
한국적 곡선 살린 입면 디자인
분속 420m 엘리베이터 29대 설치
1층서 전망대까지 1분밖에 안걸려
GPS센서 달아 지진재난 대비도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인천 송도국제도시 '동북아무역센터'가 준공되며 국내 최고층 빌딩으로 기록됐다. 68층짜리 빌딩은 305m로 여의도 63빌딩(249m)보다 50여m 더 높다. 기존 국내 최고층 빌딩인 '해운대 위브더제니스'는 80층이나 되지만 높이에서는 4m 밀린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에 최고층 자리를 내줘야 하지만 2년 안팎 국내 최고 높이 건축물로서 자리를 확고하게 유지할 전망이다.
초고층 빌딩으로 관심을 모은 이 빌딩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사비 조달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공사가 중단된 기간까지 8년이 걸린 최고층 빌딩에는 최신식 최고층 빌딩인 만큼 다양한 건축 기술이 숨어있다. 높이로도 이목을 끌지만 더욱 돋보이는 부분은 외관이다. 한국적 곡선을 살린 입면 디자인은 상층부로 갈수록 사각형에서 삼각형으로 변하며 다양한 형태를 띤다. 이런 모습은 멀리서 보는 느낌에만 초점을 둔 것이 아니다. 인천 앞바다에서 불어닥치는 거센 바람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가 녹아있다. 직육면체 형태를 띨 경우 바람의 저항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초고층 빌딩 건립의 난제로 꼽히는 사고와 재난에 대비한 시스템도 눈에 띈다. 위성항법장치(GPS) 센서를 장착해 바람이나 지진 등에 따른 건물의 진동, 변위, 변형 등을 실시간으로 계측할 수 있게 했다. 일정한 범위 내에서 건축물이 흔들리는지 여부를 감지해내기 위한 목적이다.
지하1층에 마련된 통합방재실은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전체 건물의 전력, 조명, CCTV, 출입문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30층과 60층에는 각각 피난안전구역이 설치돼 있다. 화재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이곳으로 신속하게 대피해 구조를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다. 24시간 안전담당자에게 긴급연락이 전달되도록 한 시스템도 특징이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초고층 빌딩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이다. 1층에서 전망대가 위치한 65층까지 걸리는 시간은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분속 420m의 엘리베이터가 29대나 설치돼 있다. 오피스와 호텔 등으로 접근하는 속도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동북아무역센터는 오피스와 호텔로 공간이 확연하게 나뉘어진다. 상층부 절반은 호텔, 하층부는 사무실로 구분돼 사용자들이 서로 엉키지 않도록 접근로가 마련돼 있다. 각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활용해 오르내릴 수 있게 했다.
송도로 이전할 예정인 대우인터내셔널은 이 건물의 13개층에 입주하게 된다. 9~21층을 사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이전하는 대우인터내셔널 직원은 1000여명이며 2016년까지 15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게 포스코건설의 설명이다. 2~33층 중 나머지 부분은 다른 기업에 임대를 줄 예정이다.
36층과 37층은 연회장, 레스토랑, 회의실 등 호텔 부대시설이 들어선다. 38~64층은 최상층 펜트하우스를 포함해 423실의 레지던스호텔로 이뤄졌다. 송도국제도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는 65층에 위치해 있다. 입주사가 예정된 곳을 제외한 20%는 아직 공실 상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10일 준공식 자리에서 "동북아무역센터 준공을 계기로 어디에 비교해도 손색없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송도에서) 조속히 구축할 것"이라며 "포스코 패밀리가 국익을 증진하고 동북아의 번영을 견인할 백년대계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2년내 입주 대기업만 10여곳…외부투자 유입 효과 기대'송도밸리'로 변신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가 동북아무역센터라는 국내 최고층 건축물 준공을 계기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 빌딩이 입주돼 송도지역내 경제의 거점으로 자리잡게 되면 외부 투자 유입으로 인한 직ㆍ간접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0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준공식에 참석해 "동북아무역센터가 송도 개발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2002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국제도시는 이제 본격 성장단계를 맞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이전한 2010년까지가 기반시설 조성 기간이었다면 최근 2~3년새 UN GCF(녹색기후기금)사무국 유치, 포스코엔지니어링 이전, 세계은행(WB)유치 등이 집중된 동안은 정착 단계로 풀어볼 수 있다. 2022년 성숙단계로 접어들기 전 각종 교통시설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국제여객터미널 개장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는 GTX(송도~청량리) 개통까지도 점쳐진다.2016년까지 송도 이전이 확정된 대형기업은 10여곳이 넘는다. 동북아무역센터에 입주할 대우인터내셔널(1000명)과 오크우드프리미어호텔(300명), 2단계 완공이 예정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5000여명)과 롯데쇼핑몰(4000여명) 등이 이동하며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춰 교육시설도 줄줄이 건립된다. 지난 2월 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가 입주했고 3월에는 조지메이슨대가 문을 열었다. 이어 9월 이후부터는 켄트대학교, 유타대학교, 포스코 자율형 사립고도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제특구인 싱가포르, 홍콩 등과 비교해서는 아직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쟁국에 비해 까다로운 규제가 원인으로 경제자유구역으로의 접근을 막고 있다.
실제 송도국제도시에 입주하는 국내 기업에 대해서도 외국 투자기업과 동등한 조세혜택과 인센티브를 제공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하이, 싱가포르 등 해외 특구는 국내외 기업을 가리지 않고 똑같은 법인세와 소득세 면제 혜택을 주고 있어 국내 유망기업 유치 활성화와 이로 인한 외국 기업들의 투자 확대 등 선순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국내외 기업 모두에게 혜택을 부여, 신설ㆍ이전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얘기다.
또한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산업을 조세혜택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도 외부 투자를 끌어들일 요소로 꼽힌다. 현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상 세제 혜택은 제조, 물류, 관광 호텔업, 의료기관, R&D에 한정돼 있다.
불안한 국내 주택시장도 변수로 꼽힌다. 최근 151층짜리 인천타워 건립이 무산된 게 악영향을 받은 대표 사례다. 총 2조5000억원의 사업비로 2008년 6월 착공에 들어갔지만 그해 불어닥친 금융위기 여파로 사업축소, 서로간 소송을 거치며 결국 백지화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오는 9월 인천아시아게임과 하반기 예정된 대기업 이주 수요는 대형 호재로 꼽힌다. 이번에 준공된 동북아무역타워를 비롯해 G타워, 포스코건설 사옥, 센트로드 등 오피스 빌딩과 인접한 센트럴파크 상업시설이 투자자들의 관심 속에 높은 분양률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송도 내 개발을 맡고 있는 시행사 관계자는 "기업들의 본사 이전이 송도 상권 활성화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주 인구를 비롯해 외부 방문객 등 관련 종사자들의 지속적인 인구 유입이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송도 시장의 반등이 점쳐진다"고 전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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