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지난 5월 구제금융을 졸업했던 포르투갈의 금융시장이 또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르투갈 상장 최대 은행을 보유한 에스피리투산토 인터내셔널(ESI)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ESI 그룹은 스위스 프라이빗 은행 고객들이 보유한 자사 채권에 대한 계약 이행을 연기했다. 지난 5월부터 불거졌던 ESI 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표면화된 것이다.
ESI의 상장 계열사인 방코에스피리투산투(BES) 은행과 에스피리투산투 파이낸셜 그룹(ESFG)의 주가는 폭락했다. ESI는 계열사인 ESFG를 통해 BES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BES 은행은 ESFG가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대비해 충당금을 쌓아둔 만큼 BES 은행의 개인 고객 자금은 보호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르투갈 상장 3개 은행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BES의 주가는 이번주 3거래일 동안 18.2% 폭락했다. ESFG의 주가는 8일과 9일 각각 8.75%, 10.96% 폭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BES 은행의 채권 가격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유로존이 부채위기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유로존 은행은 불안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 지난달 BES의 신용등급 강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무디스가 현재 BES에 매긴 등급은 투기 등급인 Ba3다.
지난 5월 포르투갈 중앙은행 명령에 따라 한 회계법인은 ESI를 감사한 결과 ESI의 재정 상황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회계 부정도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BES 은행도 모기업이 심각한 재정 위험에 처했다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모기업인 EIS는 조만간 채무 이행 계획을 공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IS 악재에 포르투갈 국채 금리도 치솟고 있다. 포르투갈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0.12%포인트 오른 3.77% 9일 거래를 마쳤다.
BES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스티브 핫세 애널리스트는 "더 큰 문제는 포르투갈 정부가 개입해야만 하느냐 여부"라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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