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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2. 기준없이 운영되는 인사청문회 "그때그때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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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손선희 기자, 김근철 기자, 최은석 기자]


'무능한 도덕군자'와 '흠결 지닌 인재' 사이, 좀 더 유연한 선택 고민할때 됐다
신상털기 한건主義, '사람'잡는 政爭게임으로

#여야, 인물기준이 없다


여성에 병역기록…배우자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내라 황당요구
당시 정치 상황·사회 분위기 따라 결론, 그때그때마다 잣대 달라
여당일땐 무조건 후보자 감싸고 돌다, 야당일땐 공격수로 돌변

"여성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병역기록을 내라고 한 의원실도 있었다. 기가 막히더라." (인사청문회를 받았던 한 여성 후보자)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에 대해 초등학교 1학년부터 학창시절 생활기록부를 제출하라고 하고 십수년간 국외 출입국 기록을 제출하라는 요구도 있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올해로 도입 14년을 맞이한 공직자 인사청문회는 공직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크다. 업무능력 뿐 아니라 도덕적인 기준까지 만족하지 못하면 공직을 맡을 수 없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줬다.


하지만 산이 높을수록 골짜기는 깊어진다는 속담처럼 단점도 있다. 신상털기식의 과도한 검증과 모호한 통과기준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 인사청문 제도개선태스크포스에서 활동 중인 박민식 의원은 "인사청문회제도가 시행된 지 14년이나 지난 만큼 장점은 키우되 단점은 보완하는 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인사청문회의 가장 큰 문제는 통과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똑같은 문제가 제기돼도 당시 정치 상황과 사회 분위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역대 청문회 사례를 보면 통과가 어렵다고 하는 3대 의혹(위장전입, 탈세, 논문표절)의 경우에도 후보자간 희비가 엇갈렸다.


똑같은 위장전입이라고 해도 2002년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까지 치렀지만 결국 낙마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정운찬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과했다. 이 밖에 이명박 정부 때 청문회를 가졌던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나 박근혜 정부의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도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졌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사과하고 검증을 통과했다. 부동산 투기의 경우를 봐도 2002년 장대환 총리 후보자는 낙마했지만 2008년 한승수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됐다.


의원들의 이중적인 검증 태도도 문제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여당일 때는 무조건 후보자를 감싸고 돌다가 야당일 때는 흠집내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또 국회의원 출신의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매우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시행된 이후 총리와 장관 청문회에 100여명이 후보로 참석했는데, 이 가운데 국회의원 출신(25%)은 단 1명도 탈락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별도의 검증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특히 도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고무줄 잣대가 적용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그동안 실시한 인사청문회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여야가 나름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며 "후보자 통과 기준을 법으로 정할 수는 없지만 인사청문회를 14년간 진행해온 만큼 경험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석 새누리당 인사청문제도개선 TF위원장은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는 기본적으로 정무적 판단에 따를 수 밖에 없지만 참고할 만한 기준을 매뉴얼화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검증에 필요한 자료 역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검증도 좋지만 지나친 자료 요구로 인해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에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인사청문회법 4조 1에는 '인사청문회를 열어 공직후보자를 출석하게 해 질의하고 답변과 의견을 청취하는 방식으로 한다'라고 돼 있을 뿐, 별도의 기준은 없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배우자의 학창시절 생활기록부가 장관 후보 검증에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같은 당 김현숙 의원은 "좋은 분들이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질에 대해서는 엄정히 평가하고 검증하되, 인권은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닉슨, 보수성향 대법관 연거푸 지명하다 결국 백기
오바마는 FRB의장에 서머스 점찍었다 철회…클린턴 땐 첫 여성법무장관 포기


#미국도 '청문회 전쟁터'
지난 2월3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장은 취임선서를 하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FRB 100년 역사 최초의 여성 의장 시대를 활짝 연 것이다.


하지만 임명권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에는 당초 옐런이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찌감치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를 벤 버냉키 당시 의장의 후임자로 점찍어뒀다.


서머스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지냈고, 오바마 대통령 재임 초에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맡아 2008년 금융위기 탈출을 위한 경제 계획을 만든 장본인이다. 오바마 대통령에겐 함께 일하며 소통이 편했고, 능력 면에서도 신뢰가 생긴 서머스 교수만한 적임자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서머스는 카리스마 넘치는 독선적인 업무 스타일과 월가 금융권과의 밀착 의혹 등으로 대중적으로 그리 호감도가 높지 못했다. 백악관은 결국 상원 인준에 앞서 여론 경청에 들어갔다.


이 문제는 지난해 여름 워싱턴 정가는 물론 월가의 금융계, 학계 등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여론은 급격히 서머스가 아닌 옐런 당시 FRB 부의장으로 기울었다.


여성계도 한목소리를 냈고 뉴욕타임스도 이례적으로 사설을 통해 서머스 불가론을 분명히했다.


다급해진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들을 직접 만나 회유도 했으나 분위기 반전엔 실패했다.


결국 지난해 9월15일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서머스 지명 계획 철회를 공식 선언했다. 서머스 교수는 백악관의 내부 검증을 통과하고 강력한 지지까지 받았지만 여론 경청 단계에서 낙마, 상원 인준 요청의 문턱조차 밟지 못했다.


이처럼 대통령의 임명 의사가 아무리 강해도 다양한 인증 절차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최종 후보자가 바뀌는 경우가 미국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3년 조 베어드 변호사를 연방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여론도 사상 첫 여성 법무장관 탄생에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페루 출신의 불법체류자를 가사도우미로 고용했다는 점이 문제가 되자 지명을 포기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1년 린다 차베스 노동장관 지명자 역시 과테말라 출신의 불법체류자를 고용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낙마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오기로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 연거푸 상원 인준에 실패한 불명예를 갖고 있다. 닉슨 대통령은 1969년 클레멘트 헤인스워스 주니어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보수적 성향에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판결 성향 등이 문제가 돼 끝내 상원 표결에서 부결됐다. 이후 닉슨은 이듬해 역시 강경ㆍ보수 성향의 헤럴드 카스웰을 다시 지명했지만 그 역시 상원 인준에 실패했다.


靑이 꺼낸 사전검증 해법 알고보니 前정권 실패작
조직·인사 이원화 효율성 논란


잇단 총리 후보자 낙마 사태는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느냐는 논란을 불러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법으로 청와대 인사위원회(위원장 김기춘 비서실장) 아래 '인사수석실'과 국무총리실 산하 '인사혁신처' 신설을 내놨다. 공직후보자에 대한 사전검증 작업을 인사혁신처→인사수석실→인사위원회로 이어지는 3각 체계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인사수석은 인사비서관과 인사혁신비서관 등 2명의 비서관으로부터 보좌를 받게 되며 김기춘 실장이 위원장인 인사위원회의 '실무 간사'를 맡는다. 인사수석은 고위직 인사에 대한 사전 검증은 물론 인재 발굴과 평가 작업도 진행한다. 후보자의 과거 글은 물론 교회 강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과 주변 평판까지 포함한다. 재산ㆍ납세ㆍ전과ㆍ병역 등 정보제공 동의가 필요한 부분은 공직기강비서관이 담당한다. 인사혁신비서관의 경우 총리실 산하에 신설되는 인사혁신처도 관할한다.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폐지된 인사수석비서관(차관급)이 신설되면서 '노무현 청와대로의 회귀'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사전검증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도 설득력을 갖는다. 문제는 이 같은 독자적 인사 기구를 뒀던 노무현 정부의 인사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총리실 산하에 신설한 인사혁신처의 경우, 노무현 정부 당시 중앙인사위원회와 거의 기능이 같다. 차이점은 신설되는 인사혁신처의 경우 공무원연금과 공직윤리를 담당하는 기능이 포함됐고 합의제인 위원회와 달리 수직적 지휘체계로 결정 과정이 다르다.


때문에 청와대 인서수석실과 총리실 인사혁신처 간 인력ㆍ업무 중복 우려와 고위직 인사에 대한 정치 중립성 문제가 제기된다. 독자 개편안까지 발표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인사혁신처 신설에 반대하고 중앙위원회(장관급) 부활을 요구하면서 "정치적 중립성과 제도의 영속성 차원"이란 이유를 들었다. 여당은 이런 야당 주장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국회 논의과정에서 진통은 불가피하다.


조직과 인사를 이원화 할 경우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정부조직을 개편하면서 중앙인사위원회를 폐지한 이유는 정부의 기능 중 조직과 인사를 이원화 할 경우 비효율적이란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원화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조직과 인사 기능을 분리할 경우 성공확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김근철 기자 kckim100@asiae.co.kr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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