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우리나라는 교육자의 자질에 '사명(mission)'을 불어넣는 분위기가 유난하다. 실제 현장에서는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지만 여전히 '선생님'에게는 학생을 가르치는 노동의 영역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기대된다. '교원노조법'이 분리돼 있고, 교원의 정치 참여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제한되(어야 한다고 믿)는 상황도 여기에 기인한다. '선생은 뭔가 달라야한다.'
이처럼 엄격한 자격을 요구받는 교원을 양성하는 대학의 교수가 한평생 교육계에 몸담아온 이력을 인정받아 교육부 장관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내정되자마자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 연구비를 부당 집행했다는 등 '교육적이지 않은' 행태가 폭로되기 시작했다. 칼럼 대필, 부정 승진 의혹에 이어 최근에는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교육업체의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고팔다가 장관 내정 즈음 처분한 일까지 알려졌다. 한 야당 의원은 이를 두고 "교수로서 업적이 저조한 이유를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명수 후보자의 진짜 '실력'은 교육이 아니라 다른 데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사청문회에서도 김 후보자의 교육 철학이나 비전을 들을 시간은 없을 듯하다. 내정일부터 청문회 당일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져온 숱한 논란에 대한 해명과 공방만으로도 청문회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교육부는 2008년 논문표절 가이드라인을 만든 곳이다. 이러한 부처의 수장이 될지 모르는 김 후보자는 자신의 표절 논란에 대한 서면답변서에서 현재 연구윤리 규정이 너무 포괄적이니 자신이 장관에 취임하면, 적절한 규범을 만들어 정착시키겠다는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선생이 어떻게 부정행위를 할 수가 있냐'고 항의하니 "내가 부정한 게 아니라 제도가 허술해서"라고 답변하는 모양새다.
교육부 장관뿐 아니라 사회부총리의 역할을 해야 할 인물에 이미 너무 많은 흠집이 드러나버렸다. 설령 청문회의 벽을 넘더라도, '사명'은커녕 공직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는 인물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안 그래도 어수선한 교육계에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