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중소기업 인력지원법이 담당부처인 중소기업청의 실수로 국무회의에서 무산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법 시행 차질 우려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허술하게 일처리를 한 중기청만 민망해졌다.
중소기업의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는 이 법안은 8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상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무회의가 열리기로 한 오전 8시, 개정안에 대한 상정발언을 해야 할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국무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 상정발언은 국무위원 앞에서 법안 상정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발언을 해야만 국무위원들이 찬반 토론을 거쳐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안전행정부 의정관실의 연락을 받은 한 청장이 국무회의장에 도착한 것은 오전 9시. 하지만 이미 국무회의는 끝난 후였다. 한 청장의 일정을 담당하는 주무관이 실수로 회의 시간 변경을 알리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단순 지각으로 인해 법안 상정이 무산된 것은 중기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이 법안은 박 대통령이 애착을 갖고 추진했던 사안이다. 박 대통령은 2년 전 선거에 출마하면서 중소기업 인력 공약 중의 하나로 '인재육성형 중소기업'을 지정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소기업의 인력 미스매치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인력을 육성하는 중소기업을 정부가 직접 지정하고 교육비용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 공약은 2년간의 법제화 절차를 거쳐 지난 3월 입법예고를 했고, 3월부터 4월까지 부처협의를 거친 후 5월~6월 중 법제심사를 마쳤다. 인재육성을 위한 기업의 노력과 이를 통한 성과 등 인재육성형 중소기업 지정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골자였다.
또 중소기업 핵심인력 성과보상기금의 관리ㆍ운용방안도 법안에 함께 담겼다. 이는 중소기업의 인력유출을 막기 위한 정책으로, 기업주와 기업의 핵심 인재가 일정 비율로 5년간 공동적립금을 모아 5년 근무한 인재에게 성과보상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역시 박 정부의 주요 중소기업 정책 중 하나다.
어이없는 실수로 정책 상정을 무산시킨 중기청은 "15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상정하면 된다"며 여유만만한 반응이다. 오는 15일 국무회의에서 재상정하면 당초 예정된 일정인 22일에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15일 상정이 되지 않는다 해도, 그 다음 국무회의에 상정하면 한 주 미뤄진 29일 시행할 수 있다. 해당 법안이 실무협의를 마친데다 논란이 될 소지도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기청의 허술한 일처리로 이날 지각은 두고두고 뒷말을 낳게 됐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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