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슬림해진 중장년층 골프팬츠 "배 바지는 안녕"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바지를 다 바꿔야 하나?"
50대의 주말골퍼 정씨의 고민이다. "작년까지 멀쩡하게 입던 바지가 올해는 모두 오래된 디자인처럼 보인다"고 했다. 여성용 팬츠가 영역을 막론하고 레깅스처럼 몸에 딱 달라붙는 슬림 피트가 유행한 게 출발점이다. 최근에는 남성용 역시 폭이 확연하게 줄어드는 트렌드다. 이른바 '배 바지'가 사라지고, 몸에 붙어 멋진 라인을 자랑하는 중장년층의 골프바지가 필드 전경을 바꾸고 있다.
▲ "자신감 주는 날씬한 피트"= 최근 몇 년 사이 리키 파울러(미국)와 이안 폴터(잉글랜드) 등이 주도하는 화려한 컬러와 무늬의 골프바지가 아마추어골퍼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패턴부터 과감해졌다. 보통 남자 바지에는 허리 아래로 잡혀 있는 주름인 턱(tuck)이 한두 개씩 잡혀 있다. 턱이 많을수록 품이 넓어져 활동성이 좋다.
지금은 그러나 아예 턱을 없앤 모델이 대부분이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의 '투어피트' 라인을 보자. 폭은 좁아졌고, 움직임이 많은 부위에는 신축성 소재를 더했다. 김현준 홍보팀장은 "올해는 일자형 슬림 팬츠가 대세"라며 "특히 뒤태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소개했다. "티잉그라운드나 그린에서 허리를 굽혀야 하는 경우가 많아 뒤쪽에 틈이 벌어져 속옷이 보이는 일이 없도록 엉덩이 윗부분에 스트레치 소재를 넣었다"는 설명이다.
유행을 선도하면서도 골프스윙에는 편안한 디자인이다. 실제 박상현(31)과 박준원(28), 이동민(29) 등 프로선수들이 애용하고 있다. 박준원은 매경오픈 우승 직후 "컬러와 디자인은 물론 소재가 좋아 옷에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며 "몸에 딱 붙는 디자인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런 옷들이 자신감을 준다"고 했다. 40대 후반의 강욱순(48)도 같은 라인을 소화하고 있다.
▲ 슬림팬츠 입는 '50대 꽃 중년'= 슬림 피트는 같은 허리 사이즈에서도 날씬해 보이는 효과가 크다. 한지원 나이키골프 홍보팀장은 "골프웨어는 단순한 운동복 개념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패션 스타일을 살릴 수 있는 포인트로 부각되고 있다"며 "같은 32인치를 입어도 스탠다드보다 슬림한 옷의 장점이 크다"고 했다. 이미 디자인이 끝난 내년 골프웨어에는 슬림한 남자 바지 비중이 더욱 크게 늘어났다.
당초 30대를 겨냥한 디자인이었지만 주 소비층이 50대 이상까지 확산되고 있을 정도다. 젊어 보이기 때문이다. 푸마골프는 슬림 피트는 물론 디테일까지 한층 더 어려 보이게 만들었다. 스코어카드를 넣을 수 있는 주머니까지, 바지 하나에 주머니가 무려 5개인 모델도 출시됐다. 여름철도 마찬가지다. 몸에 달라붙으면 더울 것 같지만 시원한 '냉감' 소재가 있다. 모시소재처럼 가공한 바지도 있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체크패턴, 여기에 빨강과 보라, 핑크까지 원색이 가미되고 있다. 국내 골프장 대부분이 남성 골퍼의 반바지를 금기하는 점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푸마골프가 최근 393개 골프장을 대상으로 직접 전화 조사한 결과 반바지를 허용하는 곳은 110곳,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신어야 반바지를 허용하는 곳은 136곳이었다. 나머지 147곳은 무조건 안 된다. 90% 이상이 반바지를 허용하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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