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동국제강 창립 60주년 기념식이 열린 7일 오전 9시 서울 을지로 동국제강 본사. 사람으로 치면 환갑날이지만 이날 행사장은 잔치분위기보다는 긴장감이 돌았다. 지난 60년을 이어오면서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최근에 느끼는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임직원들은 이날 위기극복과 함께 재도약 의지를 다졌다.
"영속성을 가진 '페럼(ferrumㆍ철)'처럼 100년을 넘어 오랜 기간 건재하는 동국제강에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60주년 기념사에도 이같은 의지와 희망이 녹아있다.
남윤영 동국제강 사장도 이날 기념식에서 "어느 해보다도 차디찬 외풍이 불고 있지만 우리에겐 '용기'와 '끈기'라는 특별한 DNA가 흐르고 있다"며 "바람이 거셀수록 높이 나는 연처럼, 추울수록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매화처럼 이 외풍을 잘 견뎌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대상으로 지정된 동국제강은 조만간 채권단에 재무구조 개선안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은 보유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했다. 또 동국제강은 구 주주를 대상으로 지난달 25일 청약 마감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806억3000만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동국제강은 창업자 장경호 회장, 2대 장상태 회장, 현재의 장세주 회장으로 이어지는 동안 철강 외에 다른 사업 분야에는 전혀 눈을 돌리지 않았던 만큼 이번 위기극복의 해답도 본업인 철강에서 찾고 있다. 이는 60년 역사를 이어온 동국제강 성장의 DNA이기도 하다.
장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부산 용호동의 불모지에 대한민국 철강사를 세우고 당진, 인천, 포항을 거쳐 브라질 세아라에까지 글로벌 역량을 개척하는 '동국 DNA'는 우리가 꿈꾸는 모든 것을 현실로 가능케 할 것"이라고 했다.
동국제강은 처음으로 해외에 건설하는 브라질 일관제철소 가동을 통해 위기를 극복, 100년 영속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동국제강은 브라질 북동부 쎄아라(Ceara)주에 고로 제철소를 건설하고 있다. 이 제철소는 2015년 완공돼 그해 말부터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낼 계획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장기간의 철강 시장 불황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재무구조도 동반 허약해졌고 새로운 먹거리 사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위기극복의 해답을 본업인 철강에서 찾고 있고 그 돌파구는 브라질 일관제철소 가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국제강은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100년 기업의 꿈을 품다'라는 부제로 1954년부터 오늘에 이르는 '동국제강 60년사를 발간했다. 60년사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1954년 7월 7일 민간자본으로는 국내 최초로 대규모 철강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60년 대 부산에 대형 철강 공장을 유치했고, 포항, 인천, 당진 등의 생산기지를 통해 성장 발전해왔다. 동국제강이 60년 동안 생산한 철강재만 총 1억2600만t에 달한다. 8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1만척을 건조할 수 있는 규모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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