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스마트폰 보안 분야에서 손잡은 삼성전자와 구글의 행보에 블랙베리의 최고경영자(CEO)가 입을 뗐다.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소비자들은 결국 업력이 쌓여있고 실제 보여줄 것이 있는 블랙베리를 찾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자신감 넘치는 표현의 이면에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두 거인이 보안 분야에서 손을 맞잡은데 대한 위기감도 드러나 있다.
4일(이하 현지시간) 폰아레나 등 해외매체에 따르면 존 첸 블랙베리 CEO는 최근 블랙베리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우리는 구글과 삼성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만, 보안 측면에서 충분한 (역량을 갖춘) 회사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신 소비자들은 30년 이상을 제품 보안과 생산성에 투자해 온 회사(블랙베리)를 찾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보안을 얘기할 수 있는 회사는 소비자들을 말로 현혹시키는 대신 실제 능력으로 증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달 25일 구글이 개발자대회(I/O)에서 삼성전자가 개발한 보안 솔루션 '녹스(KNOX)'를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통합시킨다고 밝힌데 따른 반응이다. 이날 구글이 선보인 차세대 안드로이드 OS인 '안드로이드 L'은 삼성의 녹스를 적용, 스마트폰 내에 별도의 '컨테이너' 공간을 마련해 스마트 기기를 업무용과 개인용으로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녹스는 삼성전자가 미국 국방부 등 공공부문과 기업용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도입한 보안 솔루션이다. 이번 결정으로 LG전자, 레노버, HTC 등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삼성이 구글에 제공한 녹스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블랙베리로서는 보안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삼성전자가 구글과 손잡고 활용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탐탁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안드로이드용 하드웨어에서 가장 앞선 삼성과 OS를 제공하는 구글이 함께 스마트폰 보안 강화에 나서게 되면 기업과 공공기관의 구매를 이끌어내기 더 유리해질 것으로 봤다. 올 초 삼성과 구글은 양사가 보유한 특허 기술을 공유하는 포괄적 크로스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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