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3일 "이제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에서 오찬 기자간담회를 갖고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나 혼자 결정할 사안은 아니고 두 은행의 행장과 이사회와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통합의 성공적인 사례로 인도네시아 통합법인을 언급하며 현재 진행 중인 중국 법인 통합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지난 3월10일에 출범한 통합 인도네시아 법인 PT Bank KEB Hana는 기존 하나·외환 은행 현지법인이 자금조달과 운용측면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권오훈 전무는 "한국기업을 위주로 영업하는 외환은행과 현지기업과 고객을 상대하는 하나은행은 자금조달과 고객기반이 달라 상호보완하고 있다"며 "통합직전인 2월과 6월 계수를 비교해보면 자산13%, 대출 20%, 예금이 10% 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두 은행 현지법인을 합쳐 2180억 루피아에 그쳤던 당기순익이 올연말 3100억루피아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현재 인도네시아 통합법인의 순위가 48위지만 내년에는 40위, 2025년에는 20위권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10월 출범을 목표로 추진 중인 중국 통합법인에 대해서 2025년 5위권 은행으로 올라서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5일 두 은행의 중국현지법인 통합을 승인했고 현재는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은감위)에 승인 신청서가 제출된 상태다.
하나금융은 중국에서도 외국환 거래에 강점을 가진 외환은행과 리테일 고객을 폭넓게 확보한 하나은행이 서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중국도 인도네시아 법인처럼 빠른 속도로 실적이 날 것으로 본다"고 "직원들과 고객과의 관계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통합 작업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올연말이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의 아킬레스건은 카드"라며 "타 금융지주사와의 순익 격차 대부분이 카드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순익 개선을 위해서도 카드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우공 부사장은 "외환카드 분사작업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DB)분리에 300억원, 두 카드사의 통합에 IT부문 투자비용에 730억원 정도 들어갈 것"이라며 "첫해에는 감가상각으로 적자가 예상되지만 내후년부터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의 국내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김 회장은 "국내 시중은행의 단기순익이 2013년 9조500억원에서 지난해 4조5000억원으로 딱 반토막이 났다"며 "자산성장속도가 느린 반면 인건비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나금융이 이익대비판관비(CIR)가 높은 편에 속해 영업이익만큼 비용조절을 어떻게 할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달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로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예고된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본인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 행장은 미래저축은행의 부당지원과 관련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은 바 있어 재차 징계를 받게 될 경우 거취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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