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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제 살 깎는다…"빚 못 줄이면 급여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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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급 이상 800여명 급여 자진반납 결의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공기업들의 고강도 경영정상화 추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반발이 작지 않던 노조들도 '철밥통'이란 따가운 비판 속에 경영혁신의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대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노사합의로 급여 자진반납을 결의하는 등 과거와 다른 형태의 노사합의가 이뤄져 주목된다.


LH 노사는 정부의 공기업 경영정상화 주요 과제인 방만경영 개선과제 이행에 대해 2박3일의 마라톤 회의 끝에 합의하고 지난 27일 임시 이사회에서 관련 규정과 지침 등을 개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노사는 특별한 각오와 희생 없이는 140조원대로 불어난 천문학적 부채를 줄이기 어렵다고 판단, 해마다 부채 감축에 실패할 경우 부장급 이상 임직원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기로 했다. 일단 3년 동안은 이 합의를 지킨다는 계획이다. 부채감축 목표를 이행하지 못하면 2급 이상 간부직원 800여명이 1인당 평균 147만원의 급여를 내놓아야 한다. 직원들이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하기로 한 것은 LH가 공기업 중 처음이다.


급여 자진반납과 함께 복리후생 조건도 크게 축소키로 했다. 비위 퇴직자의 퇴직금이 줄어들고 공상ㆍ순직 퇴직자 퇴직금 가산 지급, 장기근속휴가, 직원 외 가족 1인 건강검진, 문화활동비(연 50만원)가 모두 폐지된다. 또 중ㆍ고생 학자금 지원(분기당 100만원 한도), 경조사 휴가 사유ㆍ기간, 휴직 급여, 복지 포인트, 창립 기념일 기념품 등도 공무원 수준으로 대폭 축소된다. 이로써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가 지난해보다 32%(207만원) 줄어 전체 복리후생비 규모가 1년 전에 비해 약 147억원 감소한다고 LH는 설명했다.

다만 구조조정시 노조 동의권 폐지와 경영평가 성과급 퇴직금 제외 항목은 직원들의 생존ㆍ생계와 직결돼 있는 만큼, 조만간 별도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세부 계획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조직ㆍ인사ㆍ미래ㆍ재무 등 경영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개혁을 실시하기로 했다. 조직 전반에 경쟁 원리를 도입한 '책임경영체제'를 도입한다. 본사를 핵심 기능 위주로 슬림화하고 지역본부는 권한과 책임을 강화, 조직 전반에 능률과 성과를 우선하는 일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얘기다. 미래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등 신사업 기획ㆍ실행을 전담할 조직도 신설된다.


LH 관계자는 "사장과 두 노조위원장이 2박3일간 노사합동 워크숍 등을 거쳐 합의를 도출했다"면서 "특히 간부사원들이 3년 동안 LH 경영정상화 주요 목표인 부채 감축과 임금 반납을 연계하기로 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전력과 한국감정원, 대한주택보증 등도 복리후생비 감축 등을 노사 합의로 결의,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박근혜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공기업 경영정상화가 탄력을 받게 됐다. '마른수건 짜내기'식 행태가 공기업의 피로도만 높일 것이란 불만 섞인 목소리들도 이런 움직임 속에 잦아드는 모습이다.


노동계에서 영향력이 큰 굵직한 공기업 노조들이 방만경영 개선에 합의함에 따라 아직 노사 협상 중인 다른 공기업의 합의 도출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정상화 방침에 대해 마지못해 합의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노사가 부채감축에 적극 나서는 자발적, 능동적 경영 정상화 방향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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